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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했던 대한항공 증자 '자금전략실+NH證 합작품' 전격적이었지만 예정된 시나리오…오너 일가 증자부담도 죄소화

민경문 기자공개 2015-01-12 09:50:22

이 기사는 2015년 01월 09일 14: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의 5000억 원 유상증자는 전격적이었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지난해 말 기준 개별 기준 부채비율은 900%를 상회해 자칫 기발행된 회사채의 기한이익상실을 초래할 수 있었다. 아직 재무개선 약정을 졸업하지 못한 대한항공은 채권단과의 자본확충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유상증자가 불가피했다.

대한항공의 총 차입금은 15조 원에 달하고 있지만 만기상환에 대응하기 위한 조달 수단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회사채는 리테일 영역에서만 소화될 뿐 기관투자가의 외면은 여전했다. 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이 언제까지 유효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사실상 유상증자가 유일한 카드였던 셈이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였다. 조달 비용 및 오너일가의 증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이사회 결정과 함께 11월 종료된 한진칼의 현물출자 거래는 대한항공 유상증자의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조양호 회장 및 3세 3남매가 모두 대한항공 주식을 출자하고 대신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것. 결국 조 회장을 제외한 오너일가는 대한항공 증자에 참여할 필요가 없게 됐다.

유가 급락이라는 외부 효과로 인해 대한항공의 실적이 개선된 건 '천운'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났다. 주가 역시 크게 오르면서 유상증자를 위한 최적의 조건이 형성돼 갔다. 상반기 대한항공의 차입금이 몰려있다는 점도 증자 시점을 앞당겨야 했던 배경으로 지목된다.

마지막 퍼즐은 유상증자를 위한 실무작업을 은밀하게 수행할 주관사를 뽑는 일이었다. 사실 유상증자가 예정된 수순이나 다름없었다는 점에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대한항공과 접촉을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여타 한계기업과 다르게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상황이 그나마 낫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2013년이 끝나도록 대한항공이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새해 벽두에 발표된 대한항공 유상증자의 대표 주관사는 다름아닌 NH투자증권이었다. 대한항공과 NH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자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사 실사는 지난해 12월 초에 진행됐지만 '땅콩리턴' 사태로 인해 이사회 결의를 늦출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반기 내 증자를 완료하기 위해선 일정상 늦어도 1월 초에는 이사회 결의가 이뤄져야 했다.

5000억 원 증자 소식이 새어나갈 경우 주가 급락 등 파장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대한항공과 NH투자증권은 철저한 보안유지에 집중했다. 실제 증권사 대부분이 공시가 나온 이후에 증자 사실을 알 정도로 비밀 유지는 철저했다. NH투자증권은 대한항공 재무본부 부본부장인 오문권 상무를 중심으로 자금전략실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경쟁사의 접촉을 차단했다.

실제 NH투자증권 내부에서도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이번 딜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 등 차입금 조달과 달리 이번 유상증자가 자금전략실에서 전적으로 커버해 왔다는 점도 외부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작용했다.

주관사 선정에는 그 동안 LG전자 1조 원 유상증자, GS건설 5000억 원 유상증자 등 대형 자본 조달 딜에서 강점을 보여온 NH투자증권에 대한 신뢰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경우 역시 한진칼 지주사 전환작업부터 꾸준히 자문을 제공하는 등 공을 들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합병 절차를 마친 NH투자증권으로서는 새해부터 대한항공 유상증자라는 메가딜을 수임해 주식자본시장(ECM)에서의 입지가 더욱 굳건해졌다는 분석이다.

신주 발행액 5000억 원 가운데 NH투자증권 한 곳이 차지하는 인수 물량이 무려 80%에 달했다. 나머지 20%는 대우증권이 가져갔다. 발행 규모는 대한항공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80억 원에 불과하지만 인수단이 7곳이나 참여하는 현대상선 유상증자와는 대조적이다. NH투자증권은 대한항공 유증 한 건으로 30억 원이 넘는 수수료를 챙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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