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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벌3세] 수행비서 없는 회장님…이젠 '停止線' 없다[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소탈한 리더십, M&A 광폭 행보 '주목'

장지현 기자공개 2015-01-20 07:58:26

이 기사는 2015년 01월 15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백화점'은 욕망의 진열장이다. 이 같은 백화점의 특성 때문에 '백화점 오너'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는 으레 정해져 있다. 여기에 '재벌 3세'라는 지위까지 덧대지면 화려함은 배가 된다. 강남에서도 대표적 부촌인 '압구정'에 1호점을 세운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43)의 경우 전형적인 '백화점 오너'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 1월 2일, 정지선 회장(사진 左)은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중계동 백사마을을 찾았다. 2011년부터 매년 새해 업무를 봉사활동으로 시작하고 있는 정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자리에 초등학생인 아들 창덕 군(사진 右)을 데리고 왔다. 외부 활동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평소의 행보와 달리 신년 봉사활동에서는 아들과 함께할 만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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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던 측근들에 따르면 정 회장은 초등학교 시절 학생회장을 맡아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등 비교적 활발했던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적극적인 성격과 달리 겉모습은 소위 '재벌가 3세'라는 사실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평범했다고 전해진다.

정지선 회장의 한 대학 동창은 "정 회장은 주로 청바지에 티셔츠를 즐겨 입었고 통학도 직접 버스나 지하철로 했다"며 "재벌가 3세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고 기억했다. 또 다른 측근은 그가 당시 인기를 끌었던 팝그룹 뉴키즈온더블록의 팬이었다고 귀띔했다. 더불어 정 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가장 아낀 손주로 본인 학력고사 점수대로 대학을 간 몇 안되는 현대가(家) 3세이며 군대도 속초의 육군 포병사단 예하대대 현역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다만 정지선 회장의 한 지인은 "뒤늦게 사단본부에서 정지선 회장이 재벌이라는 정보를 전해듣고, 사단본부 행정병으로 불러 들였다"고 전했다.

정 회장이 재벌 3세임에도 불구하고 측근들로부터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집안 교육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년시절부터 아버지인 정몽근 명예회장과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창업주로부터 귀 따갑도록 '겸손'과 '성실'에 대해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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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분은 다양한 곳에서 직·간접적으로 드러난다.

먼저 그룹의 경영철학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본사'건물이 대표적이다. 1976년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생기면서 함께 건설된 상가인 '금강쇼핑센터'는 연 매출이 5조6000억 원에 육박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본사다.

1층에 수십년된 옷가게들과 베이커리가 자리잡은 금강쇼핑센터는 압구정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제외하고는 여느 오래된 아파트 상가와 다를 바가 없다. 정 회장은 이곳에 주 3~4회씩 직접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은 타 유통그룹 2·3세들과 달리 경조사에도 웬만하면 부인과 단둘이 다녀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지난 11월 코오롱 고 이동찬 명예회장 장례식장에도 부인 황서림 씨, 동생 정교선 부회장과 조용히 다녀갔다.

업계 관계자는 "재벌 회장 가운데 수행비서가 없는 사람은 정지선 회장이 유일할 것"이라며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스케줄을 함께 관리하는 사람은 여 비서 1명이 전부이며 웬만한 것은 혼자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소탈함이 항상 긍정적으로만 평가됐었던 것은 아니다.

정지선 회장은 2003년 정 명예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총괄부회장에 올랐고, 2008년 회장에 취임했다. 경영일선에 나선 후 정 회장은 '정지선(停止線)'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 회장은 총괄 부회장 취임 당시 "40세가 되면 활발하게 외부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힌 뒤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는 동안에도 신규 출점이나 인수합병을 자제하는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더불어 비슷한 또래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47)이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친근하고 샤프한 이미지의 CEO'로 주목 받은 반면 언론 인터뷰조차 거의 하지 않아 보수적 이미지가 더욱 심화 됐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정지선 회장의 경영행보는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0년 'PASSION VISION 2020(이하 비전2020)'을 발표했다. 백화점, 미디어, 식품 등 기존 사업을 키워나가면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금융, 건설, 환경, 에너지 등 새 사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5~6년 간의 조용한 재무구조개선을 통해 쌓은 1조 원의 현금 실탄이 이 같은 전략의 기반이 됐다.

이듬해인 2011년 그룹 40주년 신년사에서도 정 회장은 "유통, 미디어, 종합식품, B2B, 미래신성장사업 등 그룹의 5대 핵심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래 10년의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자"고 말하는 등 비전2020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후 현대백화점그룹은 2011년 현대LED(조명), 2012년 한섬(의류), 2013년 현대리바트(가구)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초에는 렌탈업계 3위인 동양매직 인수전에, 하반기에는 김치냉장고 '딤채'를 만드는 위니아만도 인수를 추진하는 등 M&A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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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의 수장인 정 회장은 경복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사회학과에 입학해 3학년까지 다녔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스페셜 스튜던트 과정을 수료했다. 정 회장은 고교 동창의 소개로 황서림(43)씨를 만나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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