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1월 26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밑져야 본전'이면 좋겠지만 '잘해야 본전'일 경우가 더 많은 법이다. 기업 경영에선 더욱 그렇다. 전 경영자의 행보가 화려할수록 후임의 시름은 깊어진다.우리카드 신임 사장에 유구현 전 우리은행 부행장이 선임됐다. 기업카드가 강점인 우리카드로서는 기업영업부 경력이 있는 유 사장의 선임이 나쁘지 않은 카드다. 그러나 반발이 적지 않다. 유 사장의 개인의 역량과는 상관없는 문제다. 연임이 유력시되던 강원 전 사장이 퇴임하면서 조직 내부가 상사병을 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강 전 사장은 우리카드의 DNA를 바꾼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재임 기간 우리카드는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으로부터 분사 후 초대 CEO인 정현진 전 사장이 두 달 만에 퇴진하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됐지만, 강 전 사장은 선임 직후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주며 우리카드를 업계 후발주자에서 주류로 단번에 올려놓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가나다 카드'를 출시,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을 1% 포인트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신용카드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성과였다. 여기에 월매출 5조 원 돌파라는 실적이 더해지면서 조직은 강 전 사장을 신뢰했고 업계는 그의 리더십을 주목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회사를 떠나게 되자 조직원들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호실적을 낸 사장이 왜 바뀌어야 하는지, 강 사장의 퇴임으로 지금의 상승세가 꺾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더해지고 있다.
유구현 사장 입장에선 여간 고민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강 전 사장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어떠한 사업적 전략을 제시해도 직원들의 호응을 끌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 전 사장 만한 호실적을 내고도 교체가 이뤄지는 조직이라는 점도 그의 불안요소다. 실적과 상관없는 CEO 교체가 이뤄지는 구조가 굳어지면 CEO들의 발언과 행동이 힘을 갖기 어렵다. 유 사장이 소신있게 조직을 운영하기 버거울 수 있단 얘기다.
유 사장은 지난 23일 열린 취임식서 "1등 카드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첫 단추를 잘 끼우기 위해서는 강 전 사장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유연한 정책과 뒤숭숭한 조직을 다잡는 단호한 입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배는 떴고 물은 들어왔다. 유 선장의 노 젖는 솜씨를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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