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벌3세]사업수완·감각 갖춘 여성 오너 탄생할까[아모레퍼시픽그룹 서민정씨] 에뛰드 런칭 관여…부친따라 코넬대 입학
장지현 기자공개 2015-02-05 08:03:00
이 기사는 2015년 01월 26일 10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여성들의 프린세스 꿈을 실현시켜 주는, 소녀감성의 즐거운 메이크업 브랜드"로드숍 화장품 '에뛰드'의 브랜드 철학이다. 인형의 집을 모티브로 만든 에뛰드하우스에서는 핑크색 옷을 입은 점원들이 '어서오세요, 공주님'이라는 인사로 고객들을 맞이한다. 화장을 신나는 놀이처럼 즐겨야 한다고 말하는 에뛰드는 아직 메이크업이 익숙하지 않은 10대들의 심리를 정확히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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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뛰드가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운영하는 타 브랜드에 비해 '소녀감성'을 섬세하게 캐치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에뛰드하우스 론칭에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 다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에뛰드하우스는 민정 씨의 취향이 반영된 곳"이라며 "오픈 준비 당시 10대였던 민정 씨가 브랜드 콘셉트에 대해 여러 조언을 했다"고 귀띔했다.
민정 씨는 에뛰드하우스 1호점이 오픈한 2005년 당시 15세였다.
민정 씨의 취향을 담은 에뛰드는 지난 2006년 매출 490억 원, 영업손실 20억 원에서 2013년 매출 3372억 원, 영업이익 261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매출 규모가 7년 만에 6배 가까이 커졌다.
◇코넬대에서 경영학 공부…서경배 회장과 닮은 꼴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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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민정 씨는 코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인 서경배 회장(사진) 역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코넬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1987년 대학원을 졸업한 서 회장은 그 해 태평양화학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았다. 민정 씨 역시 학업을 마친 후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에뛰드나 에스쁘아 등 상대적으로 작은 계열사를 도맡아 경영해보는 것이다. 특히 지난 1일 에뛰드에서 독립한 에스쁘아는 2020년 매출 1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정 씨가 에스쁘아의 주주인 만큼, 직접 사업 확장 작업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서경배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평소 두 딸에게 늘 스스로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보라고 얘기한다"며 "벌써 승계를 운운하기에는 내가 아직 젊으며,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 얼마든지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민정 씨의 본격적인 경영 참여에는 무엇보다도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동생 호정 씨 보다 지분 우위…장자승계원칙은 아냐
민정 씨는 4살 터울 동생인 호정 씨와 달리 ㈜아모레퍼시픽그룹,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의 지분을 갖고 있다.
민정 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 2우선주 24만1271주(26.48%),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111주(0.01%), 이니스프리 보통주 4만4450주(18.18%), 에뛰드 보통주 18만1580주(19.52%)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그룹 2우선주는 상장 폐지 됐으나 현재 보통주 주가를 적용해볼 경우 주식가치는 2740억 원에 이른다. ㈜아모레퍼시픽그룹 2우선주는 발행 10년 후 보통주로 전환되는 권리를 포함하고 있으며, 오는 2016년 12월 보통주로 전환된다.
이에 비해 호정 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 지분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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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을 '장자승계원칙'과 연결 짓는 데는 무리가 있다. 먼저 서경배 회장 조차도 고 서성환 회장의 차남인데다 형인 서영배 회장보다 경영능력이 한 수 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 서성환 회장은 1990년대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에게 금융(생명,증권)과 건설 계열사를, 차남인 서경배 회장에게는 화장품업체인 태평양을 물려준 바 있다.
따라서 서경배 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향후 딸들의 능력에 따라 승계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 서 회장이 쥐고 있는 지분(아모레퍼시픽그룹 55.7%·아모레퍼시픽 10.72%)이 절대적인 만큼 민정 씨가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고 평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증조할머니 이어 두 번째 여성 CEO 예고
민정 씨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차기 CEO가 된다면, 3세대 만에 다시 여성 CEO가 탄생하게 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민정 씨의 증조할머니인 고 윤독정 여사의 부엌에서부터 출발했다. 1930년대 윤 여사는 부엌에서 손수 동백기름을 짜서 내다 팔았다. 입소문을 탄 동백기름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자 윤 여사는 개성 남문 앞에 '창성상점'을 열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윤 여사는 당시 대부분의 여성들처럼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사업수완만큼은 남달랐다고 한다.
이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고 서성환 회장과 서경배 회장을 거치며 국내 최대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차기 아모레퍼시픽그룹 CEO의 과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 브랜드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다. 특히 화장품 사업 자체가 여성을 주타깃으로 하는 만큼 민정 씨가 오너로서 얼마나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강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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