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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회장의 22년전 '멀티플렉스 구상' [thebell note]

이경주 기자공개 2015-03-03 17:10:33

이 기사는 2015년 03월 03일 1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설 연휴 나흘째인 지난 21일 서울 왕십리역 민자역사에 위치한 비트플렉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5층 CGV에서 영화를 본 후 4층 전문식당가에서 밥을 먹는다. 또 2~3층에 있는 이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지하층에 위치한 쇼핑몰 엔터식스를 둘러본다. 일명 멀티플렉스을 즐기고 있다.

멀티플렉스는 최소 6개 이상 상영관과 쇼핑타운, 식당, 전시장, 카페 등을 한 건물 안에 갖춘 복합문화공간을 뜻한다. 1970-1980년대 비디오 등에 관객을 빼앗기던 미국 극장들이 불황타개책으로 개발한 것이 시초다. 멀티플렉스는 한국에서도 설 연휴 끝자락에 여행을 대체할 여가수단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멀티플렉스 구조를 국내 도입한 인물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손인 이 회장은 삼촌인 이건희 회장이 그룹후계자로 낙점 받은 탓에 1993년 삼성그룹에서 설탕사업을 했던 제일제당을 들고 홀로 서게 됐다. 삼성은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제일제당의 분리를 반기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이 회장은 어떻게든 신사업을 통해 사세를 키워 경영권을 지키고자 했고 그 결과물이 멀티플렉스였다. 무려 22년 전의 구상이다.

당시 이 회장은 영상오락사업, 유통사업, 정보통신 3가지 신사업을 모색했다. 이 중 영상오락사업, 유통사업이 멀티플렉스에 해당한다. 지상에 영화관을 놓고 지하에 대형마트를 열어 영화와 쇼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1인당 연평균 영화관람 횟수가 0.9회 수준에 불과해 영화관 사업은 손익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영화관사업 사정은 나아지겠지만 그 사이 적자를 메워줄 사업이 필요했다. 때문에 필요한 것이 유통사업이었다.

이 회장은 바로 영등포와 김포 공장 부지에 대형마트를 짓기로 하고 사업 허가까지 받아 뒀다. 대형마트 도입 자체도 국내 최초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전면 무산됐다. 고모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비슷한 시기(1991년)에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해 마트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이 회장은 "고모님 하시는 사업에 손댈 수 없다"며 대형마트 사업계획은 접었다. 그리고 신세계그룹은 1993년 11월 이마트 창동점을 개점하며 국내 최초로 대형마트 사업을 시작했다.

결국 이 회장은 1998년 4월 4일 서울 광진구 구이동 테크노마트에 스크린 11개를 갖춘 ‘CGV 강변'을 내놓으며 자사 유통업체가 없는 반쪽자리 멀티플렉스 사업을 강행했다. 이 회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직접 세계적 영화 제작사인 드림웍스의 아시아 배급권을 따낸 것이 무기였다.

다행히 CGV는 대박을 쳤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리만족으로 오락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면서다. 이후 CGV의 성장과 더불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후발주자가 가세하며 전국 상영관 2000여개 시대를 열었다. 그만큼 같은 건물에 위치한 대형마트와 쇼핑몰, 카페 등의 수요도 늘었다. 이제는 주요 상권에 멀티플렉스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업계관계자는 "지금은 멀티플렉스가 익숙하고 자연스럽지만 이 회장이 구상한 22년 전에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며 "이 회장을 도운 초창기 멤버 외에는 이 사실을 거의 모르고 있는데 그의 경영자적 혜안은 재조명 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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