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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현대로템이 지는 게임? ① 메트로 관심사는 오로지 '가격'…국제경쟁입찰, "채산성 없다" 보이콧 당해

한형주 기자공개 2015-04-30 11:16:49

[편집자주]

지하철 2호선 입찰 결과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차순위자인 현대로템은 낙찰자 로윈의 전동차 제작 실적을 문제 삼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국내 철도 부품사들도 집회를 열고, 다원시스-로윈 컨소시엄의 역량 검증을 촉구했다. 로템의 독주를 가로막은 로윈과 다원시스는 과연 적격자일까. 입찰 경위를 통해 정당성 여부를 따져봤다.

이 기사는 2015년 04월 29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수주전은 현대로템이 처음부터 지는 게임이었던 것 같다. 발주처인 서울메트로의 초점은 시종일관 '가격'에만 맞춰져 있었다. 예산을 절감하려면 입찰가를 다운시켜야 하는데, 국내 철도시장 점유율 90%대로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로템과는 가격 네고의 여지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최종 낙찰자 지위는 최저가를 써낸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 차지였다. 서울메트로가 현대로템을 애써 배제하려 한 정황은 곳곳에 드러난다. 입찰 공정성 시비는 이미 예고된거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 中 업체 유치 불발, 해외기업 참여 無.."너무 싸다"

지하철 2호선 입찰과 관련, 서울메트로의 당초 구상은 단가가 싼 중국업체들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격 경쟁력과 더불어 우수한 시장 지위(세계 점유율 약 30%)까지 겸비한 CSR(중국 남차집단)·CNR(중국 북차집단)을 1순위 타깃으로 했다. 실제로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10월 중국업체 시찰 계획을 발표한다.

하지만 중국은 봄바르디에, 알스톰, 지멘스 등 글로벌 '빅3'가 속한 캐나다나 유럽연합(EU)처럼 WTO 정부조달협정(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s·GPA) 가입국이 아니었다. 지난해 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도 철도부문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 차원에서 막아 놓은 문호를 서울시가 열어줄 순 없는 일. 결국 중국을 배제한 국제경쟁입찰을 추진키로 방침을 바꾸게 된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2월 3일 조달청(입찰대행)을 통해 '전동차 200량 구매' 입찰공고를 내고, 지난달 18일 규격 제안서를 접수했다. 그 결과 응찰자는 현대로템, 로윈-다원시스 컨소, 우진산전 등 국내사 3곳에 그쳤다. 초청에 응한 해외기업은 한곳도 없었다. 전동차 가격(200량 기준 발주가 2531억 원)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는 게 불참 사유다.

◇메트로 '방문조사' 번복..로윈 밀어주기 포석?

서울메트로가 애당초 해외업체들의 활발한 참여를 기대했다고 보긴 힘들다. 그들도 한국시장에 매력을 못 느꼈지만, 이 쪽 역시 중국 정도가 아니면 가격 인하에 별반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기고 있었다. 거래 관계자들은 "지난해 말 중국기업 유치 전략이 틀어진 뒤부터 이미 서울메트로는 국내에서 제3의 업체를 물색하고 있었다"고 밝힌다. 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게 낙찰자 로윈이다.

지난 2월 3일, 이를 뒷받침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서울메트로가 입찰 참여 기업들을 위한 2차 사전규격을 공개했는데, 종전 기재됐던 '방문조사' 내용이 삭제돼 있었던 것. 1차(지난해 12월 24일) 때만 해도 서울메트로는 "평가기관(위원)이 필요하다고 판단시 업체의 제작공장 방문조사 등을 포함하고…"라고 명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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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4일 서울메트로, 1차 사전규격 공개(조달청 사이트)

이에 대한 서울메트로의 입장은 "국제경쟁입찰 방식이라 방문조사를 뺐다"는 것. 다시 말해 해외를 일일이 다 돌아다닐 수 없다는 논리다. "과거 조달청에 업체 등록할 때 방문조사를 다 했다"고도 했다.

적절한 해명은 못 된다는 평가다. 우선 방문조사 항목이 포함된 1차 사전규격은 서울메트로의 '국제경쟁입찰 추진 발표(지난해 12월)' 이후에 고시된 것이다. 2차 규격이 나올 때까지 GPA 가입국을 대상으로 입찰한다는 조건에 변함이 없었는데도, 한 달여 만에 방문조사만 빠진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질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해외 발주처의 경우 국내 지방에 있는 공장까지 직접 와서 생산현황 등을 점검하고 가는 게 통례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4년 전동차 구매 국제입찰을 진행할 당시엔 방문조사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조달청이 다 했다"는 방문조사도 로윈에 대해선 20년 전인 1995년 업체 등록시 이뤄진 게 마지막이었던 걸로 전해진다. 이번 입찰 시점엔 이렇다 할 현장 실사도 없었다는 후문. 이런 식이면 과장을 조금 붙여 조달청 등록 후 문을 닫은 기업도 방문조사를 피해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참여자들 사이에서 "메트로가 특정 후보(로윈)를 밀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실제로 방문 규정이 사라짐으로써, 직원 수가 29명에 불과하고 자본잠식으로 3년째 공장을 못 돌린 로윈 입장에선 심사 통과에 가장 큰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셈이다.

◇로윈 '법정관리 인가'로 입찰참가 자격 획득

지난해 5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로윈은 타이밍 좋게도 연말 법원의 인가를 받아 입찰 참가 자격을 얻게 된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자력으로 전동차 200량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재무적 하자를 메워 줄 파트너가 필요했다. 이렇게 해서 뒤늦게 짝을 짓게 된 게 전원장치 전문업체인 다원시스다.

지난달 20일 서울메트로의 입찰 결과 공개를 통해 드러난 로윈-다원시스 컨소의 응찰가는 전동차 1량당 10억 5000만 원이었다. 경쟁자인 우진산전이 12억 5000만 원으로 가장 비싼 값을 제시했고, 현대로템은 12억 원으로 두 번째였다.

최저가 낙찰제에 따라 자연스레 로윈-다원시스가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최종 낙찰가는 2096억 원(200량 기준)으로 발주가(2531억 원)의 8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서울메트로는 435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두게 됐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낮은 가격을 선호하는 것과 가격만 보고 납품처를 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메트로가 이번에 로템을 빼고 입맛에 맞는 업체를 집어넣기 위해 입찰 조항에 의도적으로 손을 댄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현대로템이 시장을 독식하는 동안 전동차 가격 상승률이 과하게 높아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오히려 지금까지의 입찰 과정이 정당했는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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