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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日 자금 거침없는 공습 [서민금융 잠식하는 외국자본]② 일본계 자금, 대부업→저축은행 이동

이승연 기자공개 2015-05-19 08:21:29

[편집자주]

서민들이 소액 급전을 빌려쓰는 서민금융 시장이 일본계 자본에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대부업계는 이미 일본계 자금의 놀이터가 된지 오래고 저축은행과 캐피탈까지 이들의 새로운 먹잇감이 되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일본계가 시장을 잠식해가면서 토종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일본계 자금의 고금리 본색에 서민경제 위기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외국계 자본 유입에 따른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토종 서민금융의 생존 전략을 알아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5년 05월 15일 13: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저축은행이 일본계 자금에 급속도로 잠식되고 있다. 그동안 일본계 자금은 주로 국내 대부업계를 공략해 왔지만 최근에는 국내 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일본계 저축은행 시장점유율 20%…2012년 대비 6배 늘어

일본계 저축은행 자산 점유율 추이

지난해 말 기준 일본계 저축은행의 자산점유율은 전체의 18.99%로 3년 전인 2012년 대비 6배나 증가했다. 일본계 자금이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당시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결과다.

국내 저축은행 인수에 가장 활발하게 나서는 일본 금융사는 SBI홀딩스다. 지난 2012년 자산 규모 업계 1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 이후 지난해 자회사 3곳까지 모두 흡수합병 해 지금의 SBI저축은행으로 키워냈다. 작년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3조 8000억 원으로, 동종 업계 내 독보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매물로 나온 HK저축은행 인수전에 참여, 업계 장악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J트러스트도 지난 2012년 친애저축은행(옛 미래저축은행)을 사들인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SC저축은행을 인수, 오는 6월 'JT저축은행' 출범을 앞두고 있다. 오릭스그룹도 OSB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을 품에 안았으며 최근에는 현대저축은행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계 자금이 국내 서민금융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거는 데는 그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엔저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내 제2금융 시장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일본 대부업체가 일본에서 조달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은 평균 1~4%대. 반면 국내 제2금융권을 통해선 8~12%에 이르는 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업권 분위기 쇄신·고용유지 긍정평가 속 고금리 영업 여파 국부유출, 서민 피해 우려

일본계 자금의 활발한 유입은 침체된 저축은행의 업권 분위기를 쇄신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례로 SBI저축은행은 1년 사이에 무려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증자를 통해 회사는 물론 업계 전체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여기에 부실 업체를 인수해 고용을 유지하고 공적자금 투여 부담을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제이트러스트의 경우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하며 기존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했다. 가교저축은행도 다른 금융사들이 인수를 꺼렸던 예나래·예성·예주·예신저축은행을 잇따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일본계 저축은행의 점유율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익 극대화에 중점을 두는 외국계 자본의 특성상 국부유출과 이로 인한 서민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고금리 대출이다. 일본계 저축은행들의 금리 수준은 거의 25~30% 수준으로 시중은행의 수 십배에 달한다. 사실상 대부업체와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일본계 저축은행 대부분이 리스크가 낮은 개인이나 소액 대출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어 고금리 영업의 대상이 서민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높은 배당금도 문제다. 국내의 경우 배당금 규모를 순이익의 3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는 데 반해, 일부 일본계 저축은행은 순이익의 최대 55%에서 60%의 배당금을 일본 본사로 보낸다. 결국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번 돈이 배당금의 형태로 일본으로 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질랜드의 경우 토종 은행이 사라지면서 외국은행들이 높은 수수료와 대출금리를 부과해 서민들의 금융 비용이 크게 오른 적이 있다"라며 "외국 자본의 지나친 유입은 서민 경제의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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