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기업가치, 지주사 프리미엄만 '13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합병가 기준 EV 22.9조, 에비타 배수 64배… 삼성물산 EV 12조 수준
정호창 기자공개 2015-05-28 08:23:32
이 기사는 2015년 05월 27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결정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EV) 중 절반 이상이 삼성그룹 지주사 '프리미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합병가 산정에 반영된 제일모직 몸값이 삼성물산과 동일한 밸류에이션으로 산정한 기업가치보다 13조 원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 2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두 회사의 합병을 결정했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되며 합병비율은 1:0.3500885로 결정됐다. 주당 합병가액은 보통주 기준 제일모직 15만 9294원, 삼성물산 5만 5767원으로 산정됐다.
두 회사 모두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이므로 주당 합병가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장 산술평균가액으로 결정됐다. 이를 기준으로 양사의 지분가치(Equity Value)를 산출하면 제일모직 21조 5046억 원, 삼성물산 8조 8736억 원이다. 증시에서 제일모직의 지분가치를 삼성물산보다 12조 원 이상 높게 평가한 셈이다.
지분가치에 순차입금을 더한 기업가치(EV, Enterprise Value) 역시 제일모직이 크게 앞선다. 지난 3월 말 기준 순차입금을 반영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는 22조 9262억 원으로 12조 3642억 원에 그친 삼성물산보다 10조 원 이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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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두 회사의 경영실적이나 자산 규모 등 객관적 지표와는 크게 동떨어진 수치다. 현금창출력이나 매출 규모, 자산 등에서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28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6523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면 제일모직은 5조 원 남짓한 매출로 213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자산 규모도 삼성물산이 29조 6175억 원으로 8조 3893억 원의 제일모직을 크게 앞선다.
기업 외형에 비해 삼성물산은 증시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한 반면 제일모직은 지나칠 정도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을 기업가치(EV)와 비교한 지표인 에비타 배수(EV/EBITDA)를 살펴보면 증시에서 제일모직이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해 8422억 원의 에비타를 기록한 삼성물산의 에비타 배수는 14.7배로 산출된다. 이는 코스피 기업 평균의 두 배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면 지난해 3573억 원의 에비타를 기록한 제일모직의 에비타 배수는 무려 64.2배에 달한다. 증시는 물론 간혹 '깜짝 딜'이 등장하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밸류에이션이다.
이는 증시 투자자들이 제일모직 주가에 과도한 프리미엄을 얹고 있음을 증명하는 수치다. 향후 제일모직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기대감이 가져온 결과다.
제일모직의 에비타 배수를 삼성물산과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EV)와 지분가치는 각각 5조 2456억 원, 3조 8241억 원으로 산출된다. 여기에 제일모직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부동산 가치를 4조 원 정도로 추산해 적용하면 기업가치(EV)는 9조 2456억 원, 지분가치는 7조 8241억 원으로 계산된다.
이를 제일모직의 적정 가치로 본다면 현 몸값에 얹어진 '프리미엄'의 규모는 13조 6800억 원 정도로 볼 수 있다. 합병가 기준 기업가치(EV)의 67.5%에 해당한다. 삼성그룹 지주사 '프리미엄'이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보다 1조 원 이상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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