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M&A ·조직분리 '승부수' 던졌지만… 12년 HDD모터 업계 2위 인수, 적자누적에 사업 철수
장소희 기자/ 박창현 기자공개 2015-06-29 08:33: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26일 17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기가 하드디스크(HDD) 모터 사업에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지난 2012년 세계 2위업체인 일본 알파나 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독점적 사업 구조와 업황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삼성전기가 인수자금과 신규 투자로 쏟아부은 자금만 2300억 원에 달한다.삼성전기는 26일 경영위원회를 열고 HDD모터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HDD모터사업과 관련한 잔여 자산도 함께 처분될 예정이다. 자산 매각을 통해 HDD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입한 2300억 원 중 일부는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내부적으로 HDD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지난 2012년 업계 2위 업체 M&A를 통해 사업 확장을 꾀했다. 일본 알파나 테크놀로지를 약 1500억 원에 인수하며 내부적으로 운영하던 HDD사업에 더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자 했다.
덕분에 몸집은 키울 수 있었다. 인수 전 삼성전기의 HDD모터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했지만 전체 시장의 13%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태국에 위치한 HDD 생산공장에 대규모 투자도 감행했다.
하지만 업계 1위인 일본 '니덱'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니덱의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독점적 시장 구조가 구축되면서 나머지 사업자들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적자가 고착화됐다.
M&A 카드까지 뽑아들며 반등의 기회를 노렸던 삼성전기도 실적 부진이 장기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전력 소모가 적고 처리속도가 빠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HDD시장을 잠식해가는 바람에 사업 자체의 성장세도 꺾였다.
그 결과 삼성전기에서 HDD모터 판매와 생산을 맡고 있는 알파나 판매법인(Samsung Electro-Mechanics Japan Advanced Technology)과 생산법인(Samsung Electro-Mechanics Nakhonratchasima)의 적자가 이어졌다.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은 인수 첫 해인 2012년 각각 66억 원, 199억 원 순손실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손실 규모가 더욱 커져 각각 563억 원, 255억 원 순손실을 냈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알파나 판매법인은 인수 이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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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D모터 사업을 살리기 위한 삼성전기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삼성전기는 지난 2013년 알파나 법인 두 곳에 총 893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했지만 계속되는 손실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올 초에는 HDD모터 부문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운영 효율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등 시장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삼성전기는 결국 사업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HDD모터 시장이 치킨게임으로 흘러가자 올 초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는 등 다양한 효율화 방안을 강구했었다"며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못했고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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