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지상주의? 소통지상주의! [메리츠종금증권의 변신]④계약직·성과급으로 전환 구축…소통으로 일하는 문화 추구
최은진 기자/ 이상균 기자공개 2015-07-13 16:54:13
[편집자주]
국내 증권업계가 불황에 허덕이던 최근 수년 간 메리츠종금증권은 초고속 성장을 했다. 증권사마다 인력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 때 홀로 수백 명의 경력직을 뽑은 곳도 메리츠종금증권이다. 수익성은 국내 증권사 중 단연 최고다. 한때 보잘 것 없는 소형사였던 메리츠종금증권은 어떻게 이런 놀라운 변신을 했을까. 그 성공의 시간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5년 07월 07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종금증권에서는 오로지 성과로 말해야 한다. 인사제도도 보상제도도 모두 '최고의 성과'를 유도하도록 손질됐다. 구체적으로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중단하고 연차나 기수 등 '서열 문화'를 없앴다. 관리부서를 제외하고는 모두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회사 측면에서 노동의 유연성이 높아졌다. 직원 입장에서는 고용의 안정성이 낮아졌다. 놀고 먹는 직원은 버티기 어렵다.보상은 성과에 연동되도록 했다. 기본급을 낮추고 대신 인센티브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영업직원들은 실적의 절반을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증권업계에 계약직과 성과급이 일반화돼 있기는 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처럼 전면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증권업계에서는 파격적으로 받아들인다.
최근 들어 메리츠종금증권의 제도를 모방하려는 증권사들이 한둘씩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제도는 성공의 조건이 아니다. 새로운 제도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는지가 관건인데, 메리츠종금증권에서는 '소통의 문화'라고 일컫는다. 명령과 복종, 또는 지시와 수행을 '소통'이 대신하고 그래서 '일하는 재미'가 난다는 것이다.
◇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기본급을 성과급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2010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마지막으로 정기채용을 전면 중단했다. 신입직원 대신 경력직원으로 공석을 충원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웠다. 약 10기까지 이어졌던 공채기수도 폐지했다. 기수 문화로 서열화 되는 관행을 막기 위해서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전체 직원수는 지난 2010년 말 930명을 기록한 이후 줄곧 800명 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말에 1017명으로 대폭 늘었다. 1년동안 새로 뽑은 직원만 130여 명으로 이들은 모두 경력직이다. 이들 중 상당 수는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인물들이었다. 채용된 직원의 직급은 사원부터 고위임원까지 다양하지만 채용분야는 주로 리테일(Retail)이나 투자금융본부 등 성과 부서 중심이었다.
직원들의 고용형태도 계약직 중심으로 재편됐다. 지난 2010년 말 정규직과 계약직 수는 각각 556명, 374명으로 정규직 비율은 59.8%였다. 2013년 말에는 각각 389명, 498명으로 계약직 수가 정규직 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정규직 비율은 34%로 떨어졌다. 업계 평균이 77.6%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는 신규 채용한 직원 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도 계약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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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메리츠종금증권은 관리직군을 제외한 전 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이미 영업점 인력과 본사 내 영업부서를 계약직으로 대부분 전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직 이외 성과부서 직원들의 인사이동도 가급적 자제하기로 했다. 금융업은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굳이 직원들의 자리를 빈번하게 옮길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한 분야에 오래 머물게 해직원들의 역량을 쌓아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성과보상 체제도 파격적으로 바꿨다. 기본급을 대폭 낮춘대신 성과보상비율을 업계 최고 수준인 50%정도로 올렸다. 영업점 직원들은 기본급 150만 원에 성과급 50% 체제가 이미 자리잡았다.
송영구 메리츠종금증권 리테일사업 총괄 전무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직원을 관리대상으로 보면서 한도끝도 없이 쪼기만 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직원들을 함께 성과를 만드는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며 "메리츠 철학을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일이 재미있어야 성과가 난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는 메리츠종금증권의 조직문화에 대해 즐거움을 가장 먼저 꼽았다. 일하는 것이 재밌어야 능률도 오르고 성과도 난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소통이 원활하고 상명하복과 같은 무거운 질서가 없어야 재밌는 일터가 된다고 보고 있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는 금융업만큼 창의성이 필요한 산업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 창의적인 발상은 유연한 분위기 속에서 나온다고 본다. 그래서 실시한 것이 결재 간소화, 복장 자율화다. 두 대표는 즐거움과 창의성, 이 모든 것들이 성과로 귀결된다고 보고 있다. 선후배 관계, 경직된 분위기 등 쓸데없는 일에 신경쓰지 말고 즐겁게 일만 하자는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회사와 직원의 관계를 고용인과 피고용인으로 보지 않는다. 파트너 또는 동맹관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김 대표는 "금융업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직원은 전적으로 수익으로 평가받고 그에 따른 확실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메리츠종금증권은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할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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