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발표 후 주식 매입…자기모순 빠지나 [국민연금의 선택은]③삼성물산·제일모직 추가 취득, 합병 반대시 손실 불가피
박창현 기자공개 2015-07-10 11:03: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10일 09: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발표 후에도 양 사 지분을 꾸준히 매입한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식 매매 가능 기간이 두 달 남짓에 불과하고, 단기 보유시 손실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결국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 결정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그럼에도 합병 반대로 취득 주식을 단기간에 모두 팔게 된다면 투자 전략 괴리로 투자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물론 단기 차익만을 쫓는 투기 자본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공식 발표된 이후 한 달여간 꾸준히 양 사 지분을 매입했다. 올 4월과 5월 연이어 삼성물산 지분을 시장에서 처분했던 국민연금은 6월 들어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였다. 합병 발표가 터닝포인트였다.
합병 발표 10여 일이 지난 시점에 160만 주를 취득했다. 같은 달 15일에도 162만 주를 포트폴리오에 넣었다. 전체 지분의 2.1%에 해당하는 규모다. 당시 주가를 감안할 때 신규 주식 취득을 위해 2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일모직 지분도 늘렸다. 국민연금은 이달 초에 제일모직 지분을 5.04%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난 달 5일 새로 지분을 취득해 보유 지분율이 5%를 넘게되자 금융감독원에보고 의무가 생겼다. 신규 지분 취득 시점은 삼성물산과 마찬가지로 합병 발표 후다.
합병 발표 직후에 국민연금이 양 사 지분을 신규 취득한 이유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설명과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 전략적 결단이었다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삼성물산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중대한 경영 판단을 앞둔 시점에 단기 차익만 쫓는 의사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낮고, 매매 기간도 두 달 남짓에 불과한데다 이후 주가 역시 주식매수청구가격을 상회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후자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연금이 양 사 보유 지분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기간은 2달 정도에 불과하다. 다음달 26일로 매매 거래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합병 안건을 두고 모든 시장 관계자들의 이목이 국민연금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오직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해 지분을 매입했을 것이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매입 가격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국민연금은 합병 발표와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세로 삼성물산 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갈 즈음에 주식을 매입했다.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5만 7234원을 20%이상 상회하던 시기였다. 단기 차익을 거두기 어려운 주가 흐름이었다.
물론 의결권 확보 목적도 아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취득은 의결권 확보와 관계없다"고 줄곧 강조하고 있다. 합병을 반대하거나 찬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 자산으로서 가치를 보고 주식을 매입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장기 투자 관점에서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이 합병 반대표를 던질 경우, 기금 운영에 있어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식 투자는 장·단기를 논하지 않더라도 차익 실현이 목표다. 손해를 보기 위해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지는 않는다.
하지만 합병 반대표를 던질 경우, 주식 매입 시점보다 더 낮은 가격에 지분을 팔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최근 매입한 2%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의 평균 취득가는 확인하기 어렵다. 평균 매입가가 더 낮아 전체 투자가 이익이 났다고 하더라도 합병 발표 후 이뤄진 삼성물산 주식 취득 행위가 정당성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선관주의 의무에 따라 자금을 운용해야하는 국민연금으로서는 치명적인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합병 발표 후 합병 대상 주식을 동시에 매입했다는 것은 장기 보유 목적이 크다고 보여진다"며 "만약 국민연금이 엘리엇 사태를 등에 업고 단기 차익을 위해 이 거래에 나선 것이라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더 큰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