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7월 17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이 운명의 날을 맞았다. 1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건이 가결될 경우 삼성물산은 명실상부한 삼성그룹의 지주사 위치에 오르게 된다.하지만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중심으로 한 합병 반대 진영의 공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국내 법이 허용하지 않는 자산가치 기준 분석법을 근거로 삼성물산 가치가 크게 저평가됐다며 이번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역시 엘리엇과 비슷한 논리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권고하고 나섰다. 국내에서도 일부 시민단체와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엘리엇의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합병에 찬성하고 반대하는 것은 주주로서의 권리이고 각자의 이익을 위해 내리는 결정이니 선악을 구분할 일이 아니며, 각 주주의 선택은 모두 존중돼야 한다.
다만 엘리엇의 삼성그룹 공략이 성공해 글로벌 헤지펀드의 국내 공습이 본격화 될 경우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한 번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추종하는 '주주자본주의'가 불러올 폐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주자본주의는 경영의 초점을 '주주 가치 극대화'에 두는 자본주의의 한 형태다. 미국에 깊게 뿌리내린 시스템이라 흔히 '미국식 자본주의'로 불린다.
주주자본주의에서 기업의 경영목표는 주주에게 최대한의 금전적 혜택을 안겨주는 것이다. 이윤 극대화나 사회적 책임 등은 차순위 고려대상이다. 주주이익을 중시하기에 기업 경영 투명성 증대, 소액주주 권리 강화 등의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은 경영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대량 실업과 해고 등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미국에선 가장 많은 노동자를 해고시킨 경영자가 최고 연봉을 받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일례로 넷앱(Netapp)은 포춘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13년 연속 이름을 올렸던 유명회사이나, 엘리엇이 지분 5%를 사들인 후 3년 연속 직원을 대량 해고하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2013년 900명, 지난해 600명을 감원했고 올해 추가로 500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재계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몰려들 경우 우리가 곧 목격하게 될 지 모를 모습이다. 일부 시민단체 등이 재벌 개혁을 이유로 엘리엇에 동조한 결과가 그들이 그토록 해결을 갈망하던 비정규직 문제 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물산 주주들을 포함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이번 사안을 넓은 안목으로 보다 신중히, 다각도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의 오랜 숙제 중 하나가 재벌체제의 폐해를 없애는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늑대를 몰아내기 위해 호랑이를 끌어들이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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