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와 원칙주의', 경보제약을 만들다 [IPO & CEO]강태원 경보제약 대표이사
신민규 기자공개 2015-07-20 09:50: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17일 09: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태원 경보제약 대표(61, 사진)는 지난해 환갑을 넘겼다. 제약업계에 뛰어든지는 20년이 넘는다. 그럼에도 강태원 대표를 잘 아는 사람은 제약업계에서 드물다. 시장과의 스킨십을 즐기는 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은둔형' 스타일에 어울린다. 그 스스로도 사람들을 만나 주변의 정보를 찾아나선다기보다는 '로직'(논리와 원칙)을 우선시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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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에서는 사실 로직보다는 정보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제품을 들고 와서 단기에 제조 가능하다고 유혹하는 식이다. 강 대표에게도 이따금씩 정보를 들고 관계자들이 찾아오지만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최근에도 오퍼상 한명이 찾아왔다. 제품 하나를 네 단계만에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 화학하는 사람이 볼 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하여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돌아다닌다."
로직을 중시하게 된 것은 화학 자체가 그런 학문이기 때문이다. 유기화학은 탄소의 화학이고 모든 출발점이 탄소로부터 시작된다. 복잡한 체계에서 결국 로직을 찾아내는 게 그의 일이었다. 그렇게 한 분야에서 20여년간의 업력을 쌓아오고 있었다.
고려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석사를 졸업하고 곧장 옥스포드대학교 유학길에 올랐다. 36세 유기화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딴 이후에도 줄곧 MIT연구원 등에서 업력을 이어갔다.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교수가 됐을 거라는 그를 제약업계로 초빙한 건 김충환 전 종근당 사장이었다. '밀당'(밀고 당김) 끝에 강 대표는 1997년 종근당 종합연구소로 전격 영입됐다. 종근당 계열사 전반의 수준을 높여달라는 주문을 했다. 유기화학 분야가 대학교나 연구소에서는 어느 정도 발달해 있었지만 아직 산업계에서는 크게 인식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당시만 해도 바이어에 제공한 샘플만 우수하고 실제 납품한 시약은 엉망인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경보제약도 1996년 종근당이 인수하기 전까지 바이어들로부터 신뢰가 상당히 깨져 있었다. 경보제약은 일본에 항생제 수출을 위해 1987년 설립된 회사로 일본 바이어들을 꽤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본 관계자들은 한국에 등을 돌렸다.
일본의 주요 수출기업들과 신뢰관계를 재건하고 경보제약에도 로직을 심는 일이 급선무였다. 강 대표는 당시 일본 관계자들과의 미팅에 투입됐다. 일본에서는 중견 종합무역상사 담당자가 나왔다. 하지만 시작부터 잘 풀리지 않았다. 뭔가 계속 꼬이는 느낌이었다. 한국인에 대한 불신 자체가 많았다.
일본에 신뢰를 줄만한 논리적인 사례가 무엇이 있을지 곰곰이 생각했다. 한참을 얘기한 끝에 강 대표는 야구에서 공감대를 찾아냈다. 하리모토 이사오(장훈), 나가시마 시게오, 왕정치, 노무라, 가네다 마사이치(김경홍)….
그의 입에서 일본 야구계의 전설로 꼽히는 다섯 명의 이름이 나왔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첫 3천 안타를 기록한 장훈 선수와 통산 최다승 기록보유자인 김경홍 선수의 전적을 세세하게 꺼냈다. "일본 야구 영웅중에서도 한국인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 제품을 믿어달라"는 식으로 논리를 펼쳤다. 대화는 그때부터 풀렸다.
로직에 맞지 않으면 갈아엎고 처음부터 일을 다시 진행한 적도 있다. 종근당바이오에서 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가 갑자기 공장장으로 발령이 났을 때였다. 당시 종근당바이오의 주력제품은 중국의 가격경쟁력에 차츰 밀려가고 있었다. 회사는 적자가 쌓여가고 있었다. 주력제품에 미련을 갖고 그대로 두는 것은 적자를 방관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공장장이었던 강 대표는 결국 주력제품을 접고 신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기존 제품을 버리고 신제품을 새로 만드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공장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려면 상당한 설비투자가 수반돼야 했다.
벽체와 철골을 뜯어내고 토양오염을 확인해야 했다. 주력제품을 위주로 생산해오던 종근당바이오에는 일종의 '실험'이었다. 종근당바이오 내부에서도 상당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시기였다. 신제품은 곧 본궤도에 올랐고 직원들의 자신감도 크게 향상됐다.
그는 매사 로직을 고수하려면 도전과 실험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리와 원칙을 지키는 것이 고루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라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이제 막 상장사로 발돋움한 경보제약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올려놓는 게 목표다. 경보제약은 지난 6월 2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완료했다. 희망공모가 밴드(1만3000~1만5000원) 상단인 1만5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규모는 총 956만2750주(1434억4122억 원)로 상장이후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배인 3만 원을 기록했다. 상장후 시가총액은 6800억 원 안팎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보제약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올해 250억 원을 투자해 8~9월께 일반 원료의약품(API) 공장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장이 증설되면 매년 12개 이상의 신제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중장기적으로는 특허 챌린지(특허를 무효화하거나 특허를 회피하는 전략) 상품과 유럽 의약품 생산대행(CMO) 시장진출을 통한 장기성장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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