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1년 전부터 '왕좌 등극' 노렸다 [롯데 왕자의 난]이사회 서면결의 등 없애 '신동주 견제', 호텔롯데 등기임원 물갈이
장지현 기자공개 2015-08-05 14:59:5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05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게 한 순간 일어났다. 한일 롯데의 주인이 어느새 차남으로 바뀌었고, 가신들은 등을 돌렸다. 격노한 아버지는 형을 내세웠으나 전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66년간 제왕으로 군림해 온 아버지는 그렇게 힘을 잃었다.롯데 경영권을 둘러싼 부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단기간 내 한일 롯데를 장악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신 회장의 그룹 내 견고한 지지 기반을 생각하면 후계구도를 염두에 두고, 중장기간 일련의 준비 과정을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
신동빈 회장은 특히 1년 전부터 그룹 주력사의 이사회 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1년 전부터 국내 계열사 이사회 운영 방식을 바꾸고, 통제를 강화했다"며 "대표적으로 서면결의를 없앴다"고 밝혔다.
상법 제 391조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서면에 의한 결의 또는 가지고 다니면서 동의를 얻어 결의하는 것'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이사들의 서면결의를 인정해 주고 있다. 이사회 참석이 불가능한 이사들이 안건에 대한 의사표시를 서면으로 전달하는 것을 허용해 주고 있다. 하지만 서면결의를 적극적으로 금지한다면 이사회에 직접 참석을 하지 않는 이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는 내부 결속을 다지고,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2013년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제과 지분을 조금씩 사들이면서 형제 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될 때였다.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과 지분 격차를 줄여나가면서 후계 구도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들이 나왔다. 측근들은 이 때 신동빈 회장이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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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서면결의 폐지와 맞물려 주력 계열사 등기임원 변화도 나타났다. 2013년 말과 현재를 각각 기준으로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의 연결고리인 호텔롯데의 등기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1년 8개월 사이 새롭게 등기이사에 선임된 사람이 7명에 달한다.
먼저 이홍균 면세사업부 대표, 박동기 월드사업부 대표가 호텔롯데 이사회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감사는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에서 강종현 롯데쇼핑 운영담당으로 교체됐다. 여기에 신동빈 회장과 김정환 호텔사업부 개발부문장, 장성국 월드사업부 경영기획부문장, 심우진 면세사업부 영업부문장이 올해부터 처음으로 등기이사에 선임되면서 총 이사회 구성원 수가 기존 7명에서 11명으로 늘었다.
이 세 사람이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지 여부가 이사회 장악의 주요 포인트가 된다. 상법상 이사회의 결의는 이사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의 과반수로 한다.다만 상법 제397조의2(회사기회유용금지) 및 제398조(자기거래 금지)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4일 오전 롯데그룹 사장단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만큼 송용덕 호텔롯데사장, 이홍균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 박동기 월드사업부 대표 등은 신동빈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이들을 제외한 이사진은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뿐이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해임돼 한국 롯데그룹 내 지배력이 약화됐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13년 동안 이름을 올려왔던 롯데건설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롯데리아, 롯데알미늄 등 한국롯데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에서도 제외됐다.
롯데그룹 측은 "이사회 문제는 계열사마다 달라 그룹에서 파악할 수 없다"며 "다만 이사회 운영에 변화가 생겼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다"고 밝혔다. 호텔롯데 측 역시 "이사회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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