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통해 사랑을 이해한다" [VC투자종목]스캐터랩, 인공지능앱 진저(Ginger) 개발...채팅이란 빅데이터 활용
신수아 기자공개 2015-08-28 08:12: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21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휴대폰에 메시지 하나가 뜬다. "이런 이런, 계속 피곤하신가 봐요. 지난 주에도 피곤했었는데... 요즘 사는 게 다 그렇죠." 며칠 후 또 다른 메시지가 뜬다. "요즘 많이 바쁘신 것 같아요. 좀 쉬엄쉬엄 하세요. 걱정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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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를 개발한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사진)는 "사람의 대화인 '채팅'은 삶의 흔적"이라며 "채팅의 데이터로서 가치를 고민하게되면서 이를 활용해 의미 있는 개발을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대학 시절 문자 메시지를 통해 남녀간의 호감도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그 속에서 무척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해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일례로 물결표시나 '먹다'라는 표현이 남녀간의 호감도와 상당히 연관이 있단 사실을 알게됐다"며 "이처럼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감정분석을 통해 대화가 갖고 있는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스캐터랩는 이 소소한 발견에서 출발했다.
◇ '진저'의 탄생.. 그리고 '비트윈'과의 만남
2011년 8월 스캐터랩이 법인으로 설립됐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이다. 프로그래머인 고등학교 동창과 손을 잡고 정부 산하 기관의 '예비기술 창업자 지원사업'을 통해 스타트업 세계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베타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실제 서비스가 시작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2013년이 돼서야 스캐터랩의 첫 서비스 '텍스트앳'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스캐터랩의 첫 결과물이었던 텍스트앳은 최초의 감정분석서비스였다. 카카오톡의 대화를 텍스트앳이 분석해 소위 썸남썸녀의 마음 상태를 읽어주는 서비스. 반응도 좋았다. 30만 다운로드는 쉽게 달성했다. 이후 현재까지 100만 다운로드까지 흥행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하지만 텍스트앳은 1회성 서비스에 가까웠다"며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텍스트앳은 사용자가 일일이 대화를 모아 앱을 통해 스스로 구동해야 하는 만큼 번거로운 사전 작업이 따른다.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강력한 기재가 없다면 사실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채팅'이라는 도구를 버릴 수 없었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감성적인 터치가 가미될 순 없을까. 김 대표는 "기록의 산물인 채팅을 활용해 삶과 맞닿아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014년 중반부터 개발에 착수해 2015년 2월 드디어 진저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커플앱 '비트윈'의 개발사 VCNC의 대표 박재욱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텍스트앳 서비스를 눈 여겨 봐왔던 박 대표가 김 대표에게 만남을 청했다고 한다. 나이도 비슷하고 관심사도 같았던 두 사람은 꾸준한 만남을 통해 사업적 공감대를 쌓았고, 비트윈과 진저의 절묘한 협업체계가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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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트윈 사용자가 진저를 깔면 비트윈의 대화를 진저가 지속적으로 분석한다"며 "이후 연인간의 대화 속에서 필요한 정보나 상황을 감지에 필요한 조언을 통보한다"고 설명했다. 초기 수준의 인공지능 '시리'가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이를 수행하는 구조라면, 진저는 스스로 상황이나 상태를 파악해 스스로 실행에 옮긴다.
◇ '빅데이터' 통한 학습.. 점차 진보하는 진저
진저는 사용자와의 특별한 애착관계를 맺는다. 먼저 진저는 사용자와 상대방의 컨디션이나 기분, 음주 횟수, 자는 시간 등 다양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적절한 정보를 알려준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상대방(사용자의 연인)이 최근 매우 바쁘다는 사실이 감지되면 사용자로 하여금 상대방에게 음료를 건네보라고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며 "생활 측면에서 사용자와 상대방을 챙겨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조언도 서슴지 않는다. 대화 속에서 혹시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알려주고 이를 줄이도록 사전에 귀띔해 준다. 쉽게 말해 유독 대화 속에서 '짜증난다·피곤하다' 등의 표현을 수시로 사용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사용자에게 상기 시켜주는 식이다.
그는 "기록을 정리해주거나 그간 사용한 키워드의 히스토리를 엮어주기도 한다"며 "이는 사용자가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공유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대화 속에서 등장하는 가고 싶은 장소, 먹고 싶은 음식, 하고 싶은 일 등 정보가 담긴 메시지를 추출해 정리해준다는 의미다. 이렇게 저장된 위시리스트가 방치되어 있다면? 진저는 이를 놓치지 않고 사용자에게 알림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또 진저는 사용자와 상대방의 대화 속에서 주제별로 핵심 키워드를 일정주기(월별)로 정리해둔다. 사용자는 이 항목만 보면 두 사람간의 이벤트나 이슈가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때 단순히 빈번하게 등장했다고 이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김 대표는 "만약 단순히 빈도수에 따라 추출한다면 조사나 의존명사 등이 기록될 수 밖에 없다"며 "진저의 기록은 주제에 따라, 의미 있는 단어나 문구를 잡아내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한걸음 한걸음 진보하는 스캐터랩은 채팅 데이터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이미 3개 출원했다. 이 가운데 한개의 특허는 이미 등록된 상태다.
◇ 비즈니스 모델로 가능성 증명...해외 시장도 공략
스캐터랩은 어느덧 10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얼마전 광진구 벤처지원센터에서 신사역 인근으로 사무실로 이전했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KTB네트워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퀀텀점프를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현재는 무조건적인 확대보다는 사업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강하다"며 "먼저 진성 유저를 유의미한 수준, MAU(Monthly Active Users) 기준 30만에서 40만까지 끌어올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저의 MAU는 약 9만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어 "데이터 분석 관련한 인력을 충원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일정 관리 등 추가 기능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또한 다른 언어로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 기반을 확대해 해외 시장도 진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돈독한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비트윈이 이미 일본 시장에 안착한 상황. 때문에 진저의 첫번째 해외 진출 무대도 일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진저가 더 사랑받기 위해선 사용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며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편안한 반려견 같은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며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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