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앞마당' 수익성 걸림돌? 서울의료원 부지 치열한 눈치싸움 속 입찰포기 배경 '관심'
길진홍 기자/ 김장환 기자공개 2015-08-25 08:35:48
이 기사는 2015년 08월 24일 19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서울의료원 부지 입찰을 포기했다. 당초 현대차그룹과 치열한 입찰 경쟁이 예상됐으나 막판 계획을 철회했다.한국감정원 부지와 연계한 개발 밑그림을 그리고, 강력한 인수 의지를 드러내던 삼성그룹이 입찰을 포기하면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24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 시스템을 통해 진행된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토지와 건물 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입찰을 저울질하던 현대차그룹도 계획을 철회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던 두 그룹이 입찰을 포기하면서 서울의료원 매각은 유찰될 가능성이 커졌다.
두 그룹이 이처럼 입찰을 포기한 이유는 낮은 사업성 때문으로 알려졌다. 용도가 준주거지역으로 상업지역으로 개발 예정인 한전부지에 비해 개발밀도가 낮고, 기부채납 조건이 붙어 있어 인수 매력이 떨어졌다.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 용적률은 400%로 한전부지의 절반 수준이다. 부지면적도 한전부지 3분의 1이 되지 않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사업 타당성 검토 결과 인근 한국감정원과 연계 개발 시너지가 떨어진다고 판단, 서울의료원 부지 입찰에 불참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입찰 불참 배경으로 사업성을 꼽았다.
하지만 단순히 사업성 측면에서 입찰 불참을 짚고 넘기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지난해 한전부지 인수전에서 보여줬듯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서울 삼성동 ‘땅 전쟁'은 경제성 논리를 벗어났다.
실제로 입찰 당일까지 두 그룹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다. 서로 입찰 참여 여부와 가격조건 등을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들어설 통합사옥 앞마당에 삼성그룹이 진을 치는 걸 막을 필요가 있었고, 한전부지 인수전에서 탈락한 삼성그룹도 체면치레를 해야했다. 그러나 이번 입찰 전에는 이 같은 역학관계가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
특히 삼성그룹의 입찰 포기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삼성그룹은 한전 부지 인수에 대항해 한국감정원과 연계한 개발 계획을 중장기간 검토했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TFT를 구성하고, 계열사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당초 삼성그룹은 한전부지를 인수해 서울 사무소를 삼성동으로 옮기는 등 그룹 차원에서 공격적 개발 계획도 갖고 있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주도로 호텔사업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관광숙박시설 등과 업무시설과 묶어 '삼성타운'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한전부지 인수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한국감정원과 연계한 서울의료원 개발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시대를 견제하는 효과도 예상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서울의료원 부지 매입에 성공하게 되면 인근 한국감정원과 묶어 통합개발이 가능하고, 호텔 사업 등을 중점으로 복합단지 개발을 추진할 수도 있었다"며 "일부가 현대차그룹의 개발 계획과 겹칠 수밖에 없고, 오피스빌딩 초기 분양과 호텔 투숙객 유치 문제 등으로 경쟁 관계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이 서울의료원 부지에 호텔을 짓게 되면 현대차그룹이 초기 구상하고 있는 일부 사업안들이 직격탄을 맞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비지니스 센터 개발 계획에 호텔 건립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이번 입찰 포기는 이 같은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의미한다. 사실상 삼성동 부지 개발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삼성그룹이 서울의료원 부지를 완전히 포기했다고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다. 서울시가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용적률을 한전부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제시할 경우 다시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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