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9월 02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책금융기관 딜인 KDB대우증권 매각 거래의 주관사 선정 입찰은 필연적으로 후보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을 부추길 공산이 높다. 매각자 KDB산업은행이 공시한 제안요청서(RFP)를 보면 이번 거래가 주관사에게 실속있는 딜이 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산업은행이 대우증권 매각 주관사를 뽑기 위해 지난주 국내외 증권사 및 회계법인들에게 보낸 RFP에 따르면, 응찰 희망자들은 일차적으로 기술평가를 통과해야 가격입찰에 응할 수 있다. 기술평가 항목은 △업무 이해도(매각대상 회사 등에 대한) △매각 전략(원매자 유치 등) △업무 수행 능력(경험·인력 등) 등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 국내 금융기관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얼마나 유의미한 트랙레코드(자문 실적)를 쌓았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서 100점 만점에 92점 이상을 받아야 가격평가로 넘어간다.
주관사 후보들이 문제 삼는 건 바로 이 가격평가의 방식이다. 기술평가 합격자 중 수수료를 가장 낮게 쓴 곳을 최종 낙찰자로 선정토록 돼 있다. 결과적으로 대우증권 매각이 성사된 뒤 주관사가 벌어들이는 성공수수료는 '매각가의 2분의 1에 수수료율을 곱한 금액'이 된다. 착수수수료, 월정보수 및 부대비용은 일절 없으며 대우증권의 인수자가 결정되지 않으면 성공수수료도 지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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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일단 기술평가를 거치고 나면 모든 참가자들의 점수가 다시 '0'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A후보의 기술평가 점수가 B후보만 못했더라도 가격평가에서 수수료율만 낮게 제시하면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 트랙레코드가 어느 정도만 되면 무조건 값을 싸게 부르는 하우스를 자문사로 쓰겠다는 산업은행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역으로 딜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증권사 입장에선 '일단 수수료부터 깎고 보자'는 식으로 덤벼들 수 있어 평가 자체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이다.
M&A업계에선 정액 기준으로 국내 주관사가 10억 원, 외국계가 20억 원 이상의 수수료를 책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관사 후보들의 응찰가가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부 하우스의 경우 제안서에 적어낸 수수료율이 겹치는 상황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동일 가격의 최저가 응찰자가 2곳 이상일 경우엔 기술평가 점수 고득점자에게 맨데이트를 부여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자 측에선 예산 절감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겠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안그래도 세수가 부족한 와중에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우증권 매각 가치 극대화가 절실한 상황인데도 실제로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며 "이번 딜에서 기록적인 수준의 저가 수수료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열심히 일해 봐야 인건비도 안나올 텐데 과연 주관사가 매각자를 만족시킬 만한 '밸류 크리에이션(creation)'이 가능한 고급 인력을 실사에 투입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제안서 제출기한은 2일 오후 4시까지다. 산업은행은 이를 토대로 3일 기술평가를 실시, 적격자에게 결과를 개별 통보한 뒤 4일 가격입찰서 개찰과 더불어 우선협상대상자를 추릴 계획이다. 이후 오는 10월 초 공고를 내고 대우증권 매각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거래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며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매각가는 2조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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