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1월 02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업계의 최근 화두는 대규모 미분양 사태의 현실화 여부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택시장 훈풍과 전세값 고공행진에 따른 매매 물량 증대로 국내 건설사들은 앞다퉈 주택 공급량을 크게 늘렸다. 올해 말까지 예상되는 총 분양 물량은 약 49만 가구. 전년도 27만 호 대비 약 80%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과도한 공급은 곧 부동산 가격 하락과 미분양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경고로 이어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예상 물량을 토대로 2~3년 후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7~2009년과 같은 부동산 가격 널뛰기와 매매를 찾아보기 힘든 최악의 사태를 부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불거지면 공격적으로 공급량을 늘렸던 건설사들로 충격파가 번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당장 분양을 받아 2~3년 후 집값이 급락하면 계약자들은 중도금과 잔금을 지불하지 못할 수 있다. 공급에 나선 건설사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악성 미분양 물량으로 남게 된다.
그럼에도 무턱대고 '밀어내기식' 공급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건설사가 한 두 곳이 아니다. 사업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인근 시세보다 분양가를 인하해가며 대규모 분양에 나선 A사, 개발이 장기간 미흡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특정 학원 시설이 들어선다는 광고로 분양에 열을 올리는 B사 등이 대표적이다. LH 등에서 낙찰받은 토지를 호황기에 털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겼다.
미분양 사태가 현실화되면 A사나 B사 등은 직격탄을 맞는 것이 불가피하다. 비슷한 상황을 맞았던 2009년경의 부동산 시장 흐름을 보면 서울 중심지에 들어선 아파트들도 분양을 포기하는 입주대란이 줄을 이었다. 서울 외곽의 대단지들은 35%에 가까운 할인분양에 나섰지만 수분양자를 찾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살아남는 곳은 주택 부문에서 보수적인 전략을 펼쳤던 건설사가 될 수밖에 없다. 당장은 분양 시장 호재를 타고 실적 등 다방면에서 앞서나가는 듯 보이겠지만, 정작 위기가 터지면 전혀 다른 상황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위기 전 다양한 경고들이 나왔지만 상당수 건설사들이 이를 무시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앞서 이미 한 차례 경험해봤던 일이다.
최근 업계에서 일고 있는 다양한 분석과 지적들을 보면 공급과잉 우려가 그만큼 확대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국내 주택부문 1위 건설사 삼성물산이 올해 들어 분양을 경쟁사 절반 수준인 1만 5000가구 이하로 줄이고 신규수주를 중단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결과다. 이쯤이면 여타 건설사들도 밀어내기식 분양에 무작정 나서기보다 주도면밀한 대응 전략을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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