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1월 09일 06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튀면 안 된다'한국 사회를 살면서 몇 번은 들어봤음직한 말이다. 상황에 따라 뜻이 다르나 대체로 어떤 분야에서 독주하게 되면 견제를 받을 수 있으니 적당한 성과를 내는 것이 좋다는 말로 많이 쓰인다. 이 말을 금과옥조(金科玉條) 마냥 받들고 있는 곳이 있으니, 복합점포에 입점한 보험사들이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보험사의 복합점포 입점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후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가 속속 복합점포에 입점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 복합점포의 실적은 민망한 수준이다. 지난 8월 입점한 농협생명과 하나생명의 복합점포는 지난달 말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체결한 보험계약 건수가 10여건에 불과하다. 사실상 민완 설계사 1명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재미있는 것은 보험사가 이런 창피한 실적을 감추려하기보다는 대놓고 알리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또 일부 보험사는 다른 보험사에 비해 실적이 나쁘지 않은지가 아니라 혹여 좋지 않은지를 걱정하고 있다. 평소와는 반대의 상황이 일어나는 이유는 보험사 복합점포가 상당한 규제를 받는 탓이다.
현재 복합점포에 입점한 보험사는 은행·증권사와 달리 독립된 외딴 방에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규제로 인해 은행·증권사 내방고객이 보험 상품에 대해 따로 문의하지 않는 이상 보험사로 고객을 연결해주는 것도 금지돼 있다. 어쩌다 보험사 복합점포에 고객이 와서 상담을 하더라도 향후 보험사 쪽에서 고객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이 금지돼 있다.
보험사에서는 규제가 겹겹이 쌓인 지금 상황에서 실적이 좋을 경우 현행 규제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에 그치지 않고 보험대리점이나 전속 설계사 등 복합점포와 경쟁 관계인 다른 영업 채널과의 껄끄러움도 감수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보험사 복합점포 금지' 법안을 논의하고 있는 국회에 불려가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잘 해봤자 위험만 있지 이득은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규제 산업을 꼽을 때 보험업은 꼭 포함된다. 어떤 상품이 너무 잘 팔리면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반대로 존폐의 기로에 놓이면 슬며시 규제가 풀리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보험사들이 '앓는 소리'를 해온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못해야 발전할 수 있는 시장,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기형적인 업태 속에서 국내 보험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국회와 금융당국, 보험사가 머리를 맞대고 '꼴찌 경쟁'을 끝내도록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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