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칩 프로젝트'로 인텔 아성에 도전 [삼성전자 프로세서 개발 20년사]①1995년 시장 진출 모색… 97년 시스템LSI사업본부 출범
정호창 기자공개 2015-12-28 06:31:00
[편집자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업계 맹주로 우뚝 선 삼성전자가 종합 반도체 기업 도약을 위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선지 올해로 꼭 20년째다.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한 발씩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 20년간 걸어온 도전과 좌절, 성공의 발자취를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2월 24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2년 11월 미국 컴퓨터 기업인 디지털이큅먼트(DEC, Digital Equipment Corporation)가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알파칩' 개발을 발표했다. 당시 컴퓨터 CPU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인텔의 펜티엄칩보다 연산 속도가 빠른 세계 최초의 64비트 프로세서였다.1994년부터 이어진 디램(DARM) 시장 초호황에 힘입어 막대한 수익을 손에 넣은 삼성전자는 1995년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진출 모색에 나섰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디램을 잇는 새 성장동력으로 삼아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에 따라 이뤄진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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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조 노하우와 자본력은 갖췄으나 프로세서 개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기술 제휴가 절실한 삼성전자 입장에서 DEC는 최고의 협력 파트너 후보였다.
삼성전자는 당시 반도체 부문을 이끌던 이용각 고문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미국에 급파했다. 하지만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다. DEC는 메모리 반도체 제조경험만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길 주저했다.
삼성전자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1995년 12월 다시 DEC에 팀을 보내 설득에 나섰고, 그 이후에도 수차례 협상자리가 만들어졌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삼고초려'는 결국 결실을 맺었다. 비메모리 분야 진출 방침을 세운지 1년 여 만에 삼성전자는 DEC와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1996년 6월 중순 이뤄진 일이다.
DEC가 알파칩 설계 기술을 보유한 덕분에 양사의 협력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기술 제휴 합의서에 서명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1996년 11월 삼성전자와 DEC는 500MHz 알파칩 시제품을 세상에 내놨다. 당시 인텔의 주력 프로세서인 펜티엄프로의 클럭스피드는 200MHz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특히 삼성과 DEC가 개발한 알파칩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차세대 운영체제인 윈도NT를 완벽히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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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DEC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이듬해인 1997년 10월에는 1GHz의 클럭스피드를 가진 알파칩 시제품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프로세서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CPU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삼성과 DEC의 1GHz 프로세서 개발은 당시 시장 경쟁자이던 인텔과 휴렛패커드보다 1년 정도 앞선 성과였다.
삼성전자는 DEC와 손을 잡아 첫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후 1997년 1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던 조직에 '시스템LSI사업본부'라는 명칭을 정식으로 부여하고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시스템LSI사업본부 사령탑으로 선임된 첫 본부장이 훗날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진대제 부사장(현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이다.
삼성의 동반자가 된 DEC는 1GHz 프로세서 개발을 완료한 직후 1998년 2월 미국 대형 컴퓨터 업체인 컴팩에 전격 인수된다. 컴팩은 DEC를 인수하며 자사 서버에 알파칩을 탑재하기로 결정했고, 이 덕분에 삼성전자 프로세서 사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더욱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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