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08일 15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이하 씨티은행)에 또다시 구조조정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입한 신(新)점포전략으로 일부 지점의 경우 영업 기능이 사라지고 무수익점포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향후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박진회 행장이 신년사를 통해 2017년 6월까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던 하영구 전 행장(현 전국은행연합회장)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히고 뒤숭숭한 은행 분위기를 다잡고자 했지만 직원들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씨티은행 등에 따르면 박진회 행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전임 행장이 약속한 것은 지키겠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구조조정설을 일축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도입한 신점포전략이 향후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며 은행 내애서 구조조정 공포가 확산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014년 6월 하영구 전 행장은 점포 56곳을 폐쇄하고 650명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 전 행장은 당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향후 3년간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신점포전략을 내놓은 이후 구조조정 의혹이 확산됐다"며 "구조조정과 관련해 회사측의 입장을 전달하고 뒤숭숭한 은행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비롯한 일반 직원들의 '해석'은 사뭇 다르다. 신점포전략과 맞물려 전임 행장이 약속한 시한(2017년 6월)이 지나면 언제든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 조성길 정책홍보국장은 "구조조정을 안하겠다고 하지만 반대로 2017년 6월 이후 언제든지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신점포전략의 성과가 올해 말 나와 회사측이 구조조정을 시행할 명분을 챙길 수 있는 시기와 비슷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씨티은행 점포 현황(자료: 한국씨티은행 홈페이지)

씨티은행은 지난해 신점포전략을 발표하고 전국 129개 지점을 모델Ⅰ(자산관리)·모델Ⅱ(씨티비즈니스)·모델Ⅲ(신규고객유치)로 나눠 특화시켰다.

문제는 모델Ⅲ로 분류된 점포다. 모델Ⅲ로 분류된 점포 수는 46곳으로 대출·방카슈랑스(보험)·펀드판매 등 영업인력을 철수시켰다. 점포당 직원 수도 평균 6명으로 지점 업무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인력만 배치했다.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특화점포지만 사실상 영업 기능을 상실해 언제든지 무수익점포로 전락할 수 있다. "기본적 기능도 하기 어려운 지점을 만들어 실적 하락을 유도한 뒤, 나중에 구조조정을 강행하려는 속셈"이란 의심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조 국장은 "모델Ⅲ에 포함된 지점의 경우 거래처까지 임의적으로 옮겨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동향조사에서 85% 이상이 수년 이내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한 직원은 "구조조정을 하려면 명분이 필요할 것이고 '무수익점포'만한 명분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실적을 기반으로 6개월 정도 평가를 진행하면 2017년 6월 이후 구조조정을 바로 시작할 수 있고, 이 때 모델Ⅲ에 포함된 점포가 1순위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