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3월 11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매듭 국면에 들어갔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가 다음달 정도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후견인 지정이 이뤄지면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리해 수행된 법률행위에 대한 무효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 발언도 힘을 잃게 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 공개한 동영상에서 "롯데그룹의 후계자는 신동주"라고 했다. 법적인 효력이 있는 유언은 아니지만 장자 승계라는 원칙을 직접 밝힌 것이어서 파장이 컸다. 향후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장자에게 넘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법정후견인이 지정되면 그의 발언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 재산관리 등에 대한 권한도 후견인에게 넘어간다. 보유 지분은 민법 등을 감안할 때 균등분할상속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신격호 총괄회장이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이전에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을 대신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신탁계약을 말한다. 사후에 효력이 발생하는 유언과 달리 살아 생전에 본인의 뜻대로 승계자(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면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갖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원하는 한 사람에게 모두 줄 수 있다. 피상속인이 살아 있을 때 재산을 맡기기 때문에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이전에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해 뒀다면 후견인 지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신탁의 효력은 유효하다. 신탁은 기본적으로 위탁자가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수탁자에게 재산을 맡겨 버리면 그 후 위탁자가 의사능력을 상실하거나 사망해도 신탁목적에 따른 재산관리는 지속된다.
물론 유언대용신탁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단적인 사례가 구닥다리 유류분(遺留分) 제도다. 아버지가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원하는 자식에게 주식을 모두 넘겼을 경우 다른 자식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통해 유류분 침해분을 넘겨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신탁을 통해 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넘어간 만큼 해당 재산은 유류분 산정 대상 재산이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신탁업자의 영업신탁 불가, 신탁업자의 15% 초과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 등도 유언대용신탁을 통한 가업승계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이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신탁을 통한 상속 분쟁 예방 기능에 주목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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