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19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언대용신탁과 자기신탁을 결합하면 회사를 분할하지 않고 원하는 후계자에게 가업을 물려줄 수 있다."

1세대 중소기업 경영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가업승계다. 그 동안 가업승계라고 하면 세금 문제만이 부각됐었다. 2세에게 물려준다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상속증여세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만 관심이 쏠린 탓이다. 그렇지만 2세가 능력이 없을 수도 있고, 경영권을 둘러싼 상속인 간의 분쟁이 빈번해지면서 어떻게 하면 원하는 후계자에게 가업을 물려줄 것인가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맞춤형 가업승계를 위한 도구로 유용한 것이 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은 경영자 생전에 수익자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가업승계가 가능하다. 다만, 자본시장법 상의 제약으로 인해 신탁업자를 이용한 가업승계가 어렵고 유류분 제도를 회피할 수 있어야 한다.

법무법인 바른의 김상훈 변호사는 유언대용신탁과 자기신탁의 결합을 통한 가업승계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세금 문제를 제외하면 가업승계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회사를 분할하지 않고 원하는 후계자에게 물려줄 수 있냐는 것"이라며 "현행 제도로는 아버지가 갖고 있는 회사 주식 100주를 한 사람에게 모두 줄 경우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결권 없는) 종류 주식 발행을 통해 상속인 간에 지분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승계를 할 수도 있지만 상법 상 종류 주식 발행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로 제한돼 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상법(제344조의3)은 의결권이 없는 종류주식이나 의결권이 제한되는 종류주식을 발행을 허용하고 있으나, 종류주식의 총수는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유언대용신탁과 자기신탁의 결합"이라며 "자기신탁을 통하게 되면 신탁업자를 통하지 않고서도 가업승계가 가능하고 이렇게 하면 영속성 있는 가업승계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자기신탁이란 위탁자가 자신을 수탁자로 정하는 선언 방식을 통한 신탁을 말한다(신탁법 제3조). 위탁자인 경영자가 신탁선언에 의해 스스로 수탁자가 되어 승계 대상 재산을 자기에게 신탁하고(자기신탁), 후계자를 사후수익자로 정하면(유언대용신탁) 자신이 사망한 이후에 후계자가 신탁재산을 받게 된다.

이처럼 자기신탁 방식을 택해야 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상 신탁업자가 영업신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제103조)은 신탁업자가 수탁할 수 있는 재산을 △금전 △증권 △금전채권 △동산 △부동산 △지상권, 전세권, 부동산임차권,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 그 밖의 부동산 관련 권리 △무체재산권(지식재산권을 포함한다)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반면 신탁법은 수탁 재산으로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신탁법 제2조). 자본시장법 상의 신탁재산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도 신탁업자를 통한 가업승계의 걸림돌이다. 자본시장법은 신탁업자가 신탁재산으로 취득한 주식 중 15%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제 112조).

김 변호사는 "자기신탁을 이용하면 자본시장법 규율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의결권 행사도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이 경우에 아무런 세제 혜택이 없어서 활성화 여부는 아직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유언대용신탁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는데, 경영권 분쟁을 예방할 수 있고 원활한 가업승계를 도와주는 차원에서 세금 혜택을 준다면 국가적으로도 이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