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펀드에서 해양보증보험이 빠진 사연은 자본금 여력 없어‥주요주주 산은·수은 영향도
윤동희 기자공개 2016-03-22 09:01:12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1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운사 지원책으로 업계의 관심을 받았던 선박 신조 프로그램의 구조도가 나왔다. 최초 계획안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해양보증보험이 빠져 눈길을 끈다.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등은 21일 '초대형 선박 신조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참여 기관은 산업은행을 필두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산은캐피탈 등이다. 선박 신조 프로그램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이 법인에서 배를 소유하고 해운사에 대여하는 구조다. 해운사가 선박 신조를 발주할 때 질 수 있는 금전적 리스크를 SPC가 대신 지는 것으로 해운사가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체 지원 규모는 12억 달러이며 1차 지원규모는 선박 네 척을 지을 수 있는 4억 8000만 달러다. 한화로 환산하면 각 1조 4000억 원, 5600억 원 수준이다. 이중 산업은행이 2000억 원 가량을 투자해 단일 투자자로는 14.8%로 비중이 가장 높다.
당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비중을 동일하게 하려 했으나 수출입은행이 관련법 상 25% 이상 지분을 취득할 수 없어 산업은행이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게 됐다. 지난해 말 24차 경제관계장관회의 논의 당시 일반금융기관의 비중이 50%, 정책금융기관의 비중이 50%였지만 6:4의 비율로 바뀐 것도 수출입은행의 출자한도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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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사에 직접 자금을 주지는 않지만 정부에서 해운사를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기 때문에 일반 금융기관이 선순위대출 60%를 감당한다고 해서 손해를 볼 가능성은 없다. 무역보험공사가 해당 선순위대출에 대해서는 100% 보증을 서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에서는 후순위 투자자들에게도 무역보험공사처럼 해양보증보험이 50% 정도는 보증보험을 제공하려 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자산관리공사, 해운사가 전액 손실을 봐도 투자금을 절반 정도는 회수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해양보증보험은 이 프로그램에서 빠지게 됐다. 후순위펀드 투자금이 4억 8000만 달러인데 반해 해양보증보험의 자본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 회사는 설립 당시 600억 원,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400억 원과 140억 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자본금이 약 1200억 원에 불과해 최대 2800억 원의 보증보험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주요 후순위펀드 투자자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해양보증보험의 주주인 영향도 컸다. 해양보증보험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보험사다. 지난해 8월 한국선주협회와 22개 해운사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하긴 했으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
후순위펀드 부분에서 손실이 날 경우 대부분의 손실은 2000억 원, 1400억 원을 투자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떠안게 된다. 손실이 발생해도 해양보증보험을 통해 스스로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꼴이 된다.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하기 위해 아예 해양보증보험을 제외시켰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보증보험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자본금이 많지 않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굳이 두번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해양보증보험이 참여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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