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못한 케이프, LIG證 인수 승인 받을까 유상증자·주가연계증권 발행 방안, 현실성 떨어져
권일운 기자공개 2016-03-25 09:34:45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3일 16: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IG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케이프가 자금 조달이 원안대로 진행되지 않은 가운데서도 대주주 적격 심사 신청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LIG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PEF)를 활용하기로 한 케이프는 펀드 투자자 모집이 여의치 않자 자체 자금을 투입키로 했지만,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23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케이프가 LIG투자증권의 대주주로 적격한지의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금융위의 승인이 떨어지면 케이프와 매각자인 KB손해보험이 본계약을 체결하고, 인수 대금 1300억 원이 납입되면 거래 절차는 최종 완료된다.
케이프는 올 초부터 금융위와 대주주 적격 심사 시기를 조율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서 가급적 가장 최신판 재무제표를 포함한 2015회계년도 감사보고서가 발표된 이후를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 시기로 정했고, 이달 중순 감사보고서가 나오자마나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케이프가 당초 계획한 인수자금을 모두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출 형태의 인수금융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부터 700억 원을 조달해 놓았지만, 이후 추가로 확보한 금액은 과학기술공제회가 인수 펀드에 투자하기로 한 100억 원이 전부다. 결국 나머지 500억 원을 어떤 방식으로든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케이프는 LIG투자증권 인수 주체로 PEF 운용사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를 내세웠다. 케이프인베스트먼트는 인수금융 700억 원(한도대출 70억 원 포함)에 케이프가 직접 투자하기로 한 3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300억 원을 사모펀드를 조성해 납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증권업에 대한 불확실한 미래 등을 이유로 상당수의 기관들이 펀드 출자에 난색을 표명, 대주주 적격 심사 신청 시기까지도 100억 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케이프는 사모펀드 조성이 당초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족분은 자신들이 직접 충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 보유고가 167억 원에 불과한 케이프는 자신들이 직접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 LIG투자증권 인수 자금으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이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해 상당수의 M&A 업계 관계자들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케이프가 유상증자나 주가연계증권 발행으로 적어도 200억~300억 원은 조달해야 하는데, 현재 시가총액이 400억 원을 간신히 넘는 케이프가 이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다.
설령 유상증자나 주가연계증권 발행을 시도한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호응할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케이프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주가연계증권에 투자하는 것은 결국 이미 상당수의 기관투자가들로부터 기대 수익보다 리스크가 높다는 판정이 나온 LIG투자증권에 투자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케이프의 대주주 적격 심사 신청 강행이 펀드 투자를 검토 중인 기관투자가들을 회유하기 위한 방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일단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는 자체가 케이프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재무상태나 도덕성 등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나타낸 방증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 판정을 내릴 경우 갈팡질팡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케이프에 대한 신인도 등을 LIG투자증권 인수펀드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에게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여부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미 해볼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본 케이프가 벼랑끝 전술응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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