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현대상선에 '브리지론' 지원할까 "현대증권 매각대금 유입 전 지원 필요성"…채권단 동의 '미지수'
안경주 기자공개 2016-04-06 10:15:3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05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을 당초 예상을 웃도는 가격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꽉 막힌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현대상선에 실제로 자금이 유입될 때까지 최소 두 달 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시장 전문가들은 돈줄이 마른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매각대금을 담보로 운영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그동안 현대상선 자금지원에 보수적 입장을 드러내왔던 채권단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KB금융지주는 이번 주중으로 현대증권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다. 앞서 KB금융은 지난달 3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종 매각가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IB업계에선 1조1000억 원에서 1조2000억 원 사이에서 거래가격이 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대그룹이 당초 예상했던 매각가 5000억 원 대비 2배 이상이다.
KB금융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대금 전액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우선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현대엘리베이터 등으로부터 빌린 약 4000억 원을 제외하면 7000억~8000억 원 가량의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자금유입 시점이다. 이번 주 양 측이 SPA를 체결해도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승인 이후에나 매각대금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대주주 변경승인을 받은 대우증권 매각 사례를 고려해도 5월 중순께 대주주 변경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경우 현대상선은 5월 말께 매각대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금난이 심각한 현대상선이 이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돈줄이 마른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매각대금이 들어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두 달 가량을 견딜 수 있는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626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채무 규모는 총 4조80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매각대금을 담보로 채권단 등에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시장의 시선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쏠린다. 그동안 현대상선 지원에 보수적 태도를 보여왔지만 변화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4월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신탁을 조성해 현대상선에 2000억 원 규모의 브리지론을 지원한 바 있다.
채권단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대상선에 브리지론 등을 통한 자금지원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현대증권 매각이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실제 자금유입 전까지 현대상선이 버틸 운영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과거 오릭스에 매각하려고 했을 때와 달리 KB금융은 대주주 변경승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권단 내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해봐야 하지만 운영자금 등을 고려해 현대상선에 우선적으로 브리지론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조만간 채권단 의견을 청취해 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율협약으로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브리지론 지원에 관한 채권단 간 입장이 달라 의견 취합 과정에서 진통이 생길 수 있어서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율협약 상태인 만큼 채권단 차원의 지원을 결정하기 위해선 각 은행의 내부의결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며 "산업은행 등 한 채권금융회사에서 단독으로 브리지론을 지원하더라도 채권단의 동의가 필요해 상당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단 의사결정에 최소 3~4주 가량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상선이 추진 중인 용선료 인하와 비협약채권 채무조정 협상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점도 채권단 지원을 점치기 어려운 이유다. 채권단 다른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높은 매각가로 인해 용선주와 사채권자를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게 됐다"며 "최소한의 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단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thebell interview]"잠재력 큰 사모 신용시장, 한국에서도 기회 모색"
- [thebell interview]"탄탄한 위상 한국물 발행사, 변수는 무역전쟁"
- 한앤코-한투파, 'SK플라즈마'에 1650억 투자한다
- [i-point]휴먼인모션로보틱스, CES2025 로보틱스 부문 혁신상 수상
- [i-point]폴라리스오피스, 'CES 2025' 혁신상 "토종 오피스 최초"
- [i-point]흑자 전환 성공한 콤텍시스템, 별도 매출 최대치 달성
- [Company Watch]덕산네오룩스, OLED 전환 효과 '톡톡'
- [i-point]쌍용정보통신, 3분기 영업익 95억…실적 개선 성공
- [i-point]아이티센, 3분기 누적 매출 역대 최고치 3조4554억
- [Company Watch]디이엔티, '캐즘'에도 레이저 노칭 수요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