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4월 11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재무제표에서 들어냈다.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실질적인 권리로 보고, 연결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일부에서는 종속회사 편입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했다. 콜옵션을 보유한 바이오젠에게 주요 주주 권한이 있으며, 이에 따라 지배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했다. 종속기업에서 제외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관계기업으로 분류돼 지분법적용투자주식 계정으로 가치가 장부에 반영됐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2대주주로 지분 8.8%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바이오젠은 45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15%를 획득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증자에 참여하면서 2015년 말 기준 지분율이 8.8%로 축소됐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주주간 약정에 따라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았다. 2012년에 투자한 금액 외에 추가로 자금을 제공할 의무는 없으나, 콜옵션을 통해 언제든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지난해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이 좋지 않은 탓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은 낮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는 등 실적 개선 기대와 맞물려, 콜옵션 행사를 통한 지분 취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실질적인 권리로 판단했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에 대한 적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보고, 종속회사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지분율 50% 초과 자회사의 경우 사실상 지배력이 인정돼 의무적으로 연결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 다만 유의적인 영향력만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


일부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이 부진한 탓에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K-IFRS는 보유 지분 50% 이상의 종속회사 실적을 연결 재무제표에 100%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실적이 저조한 자회사가 연결에 포함될 경우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161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가 전년보다 1216억 원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손실은 425억 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종속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연결에 잡힐 경우 적자가 2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또 지난해 매출이 673억 원으로 전년보다 132% 증가했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 실적이 반영될 경우 수치가 감소한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저조한 실적이 부담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IFRS기준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제외했다"며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감사인(회계법인)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