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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특화證 선정 연기, 당국의 말보다 설득력 있는 풍문

김병윤 기자공개 2016-04-12 09:42:25

이 기사는 2016년 04월 11일 13: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주로 예정돼 있던 중기특화 증권사 선정 발표를 한 주 연기했다. 금융위가 밝힌 이유는 지극히 단순했다. 위원회의 선정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핵심적인 쟁점 등 구체적 사유는 없었다.

업계 관계자들도 혼란에 빠졌다. 삼삼오오 모여 지연 배경을 유추하는 일이 잦아졌다. 자연스럽게 여러가지 의문과 풍문이 나돌고 있다. 그 중에는 꽤나 설득력 있는 분석도 섞여 있다.

가장 흥미로운 의문 중 하나는 '왜 중기특화 증권사 선정이 5곳인가' 이다. 사실 금융당국은 중기특화 증권사 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대략적으로 5곳 내외가 될 것이라고만 했다.

업계 관계자들이 '5'라는 숫자에서 재미있는 발상을 내놓았다. 5곳의 이유가 다름 아닌 자본시장 균형의 미(美) 차원이라는 것. 중기특화 증권사가 구체화된 것은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의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있고 나서다. 당시 기준으로 이른바 대형IB(투자은행)라 불리는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5곳이었다. 대형IB 라이선스를 취득해 수혜를 입는 5개 증권사와 균형을 이루게끔 5곳을 선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반기 중기특화 증권사 자격 요건에 해당되는 5개 증권사를 불러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 참여한 한 증권사 임원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은 회의'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중소형 증권사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5개 대형 IB'에 버금가는 혜택 주기에 급급한 경향이 강했다는 것. 실제 이 회의에 참여했던 증권사 중 두 곳은 이번 중기특화 증권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 흥미로운 질문은 '왜 연기됐는가'이다. 이 대목을 설명하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모두 스마트폰 달력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이번주 수요일에 무슨 일이 있는지 가리켰다. 바로 오는 13일로 예정된 총선이다.

총선과 중기특화 증권사는 표면적으로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즉, 정부 입장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중기특화 증권사 선정에 참여한 곳 중 유일하게 지방을 연고로 한 증권사가 있다. 바로 부산을 연고로 하고 있는 BNK투자증권이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현(現) 여당 텃밭'으로 통한다. 때문에 부산을 연고로 한 BNK투자증권 선정을 두고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기특화 증권사 PT 때 만나 본 관계자들은 모두 엄청난 열의을 보였다. 직접 대표까지 현장 출동한 곳도 여럿 있었다. 그에 반해 금융당국은 의사 결정부터 선정 과정까지 정책의 정확학 목적이나 진행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있다. 결과 발표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의 '급작스런 선정 연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미 시장에서는 중기특화 증권사의 무용론이 나돌고 있다. 그만큼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가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도 업계 발전을 중심에 둔 금융당국의 정책적 고민과 책임감 있는 입장 표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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