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체제' 현대重, 오일뱅크 상장 시도할까 그룹 편입 후 작년 최대실적..업황 개선 '호재'
박창현 기자공개 2016-04-27 08:26:23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6일 13: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현대중공업이 핵심 자회사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확보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부분 계열사들이 업황 침체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만이 제몫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된 만큼 현대중공업도 최적의 활용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현대중공업은 26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최길선·권오갑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등 5개 계열사 대표들은 비상경영 담화문을 발표하고, 회사 살리기를 위한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현대중공업이 특단의 조치를 내리면서 시장의 이목은 현대오일뱅크에 쏠리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를 활용해 비상경영체제 최우선 경영 목표로 정한 비용 절감과 사업 경쟁력 강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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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IPIC)와 국제 소송 끝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70%를 총 2조 5734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인수자금 대부분을 기업어음(CP)과 대출 등 금융권 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그 결과 연간 수 백억 원의 이자비용을 떠안아야 했다.
현대중공업은 차입 인수금융 고리를 끊기 위해 인수 이듬해인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현대오일뱅크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구주 매출을 통해 인수 차입금을 상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적 악화와 비교대상 기업 가치 하락, 이란 사태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수 년간 실적 정체가 지속되던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의 주인공이 됐다. 매출은 저유가 기조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으로 전년 대비 38.9% 감소한 13조 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178% 늘어난 6293억 원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1.1%에서 4.8%로 뛰었다. 정제 마진(석유제품가격-원가)이 대폭 개선된 것이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오일뱅크 실적이 반등하자 수년 만에 재상장을 위한 시장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기록한 6293억 원의 영업이익과 4512억 원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 편입 이후 최대 규모다. 고유가 수혜로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2011년 (영업이익 5949억 원, 당기순이익 3663억 원)때 보다도 수익성이 더 좋다.
비교기업군 실적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1조 980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영업손익이 흑자 전환됐다. 에쓰오일도 2897억 원 영업손실에서 8176억 원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 결과 IPO 밸류에이션 산출 기준이 되는 업계 주가수익배율(PER)도 10배 미만에서 지난해 14~15배 수준까지 높아졌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PER가 높을수록 시장에서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구주 매출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자 비용 부담에서도 상당 부분 자유로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신규 투자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IPO를 통한 자금 확보 선택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창립 51주년을 맞아 현대오일뱅크는 비정유부문 사업 확대를 통해 '2020년 매출 50조 원'을 달성한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한 상태다.
당장 신사업 카본블랙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작년12월 OCI와 카본블랙 사업을 위한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2월 합작법인인 현대OCI카본을 설립했다. 여기에 기존 설비 증설과 정기 보수를 위해 올 한 해에만 3300억 원이 넘는 투자비를 지출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2조 원이 넘는 차입금을 떠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현대중공업은 차입금 상환을, 현대오일뱅크 스스로는 신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결국 시장 여건과 밸류에이션이 상장 시기를 결정짓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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