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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과 임종룡, 악수의 답습? [thebell note]

윤동희 기자공개 2016-05-02 15:23:4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02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벌써 2년이 됐다.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이 촉발된 시점은 2014년 5월이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초 스피드로 검사에 착수했고 6월부터 두 수장의 징계 수위를 놓고 논의가 시작됐다.

석 달이 지나 제재심의위원회는 8월 21일, 경징계로 의견을 모았다. 금감원 검사팀은 중징계로 원안을 올렸으나 '한번 봐준 것'이었다. 그리고 23일 그 유명한 템플스테이 사건이 터진다. 경징계를 기념해 내부화합을 도모하고자 전 임원이 모이는 템플스테이를 주최했는데 거기서 방 배정 문제를 놓고 다시 갈등이 촉발됐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여론은 다시 KB를 질타하는 쪽으로 돌아섰고 사상 초유의 금감원장 거부권 가능성이 제기됐다. 원래 임원 징계는 금감원장 권한이므로 자문기구인 제재심 결정은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9월 1일 이건호 당시 행장은 전체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아주 긴 시간동안, 플로어에서 질문이 소진될 때까지 궁금한점을 해소해주고 입장을 피력했다. 사적인 이익편취가 목적이 아니었으며, 원칙과 소신에 따라 행동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 최수현 당시 금감원장은 중징계를 확정했다. 익일 이 행장은 바로 사퇴를 결정하고 은행을 떠났다.

흥미롭게도 임영록 당시 회장은 징계를 거부했다. 법적으로 문제 될 만한 소지가 없었기 때문에 당국의 결정에 불복한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검찰은 임 전 회장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긴 했다. 9월 5일 임 회장은 4~5개 언론사 기자만 모아 브리핑을 했다. 이해를 구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매체를 선별 진실규명을 위한 응급 조치였다. 억울했을 수 있지만 악수였다.

여론은 쉽게 돌아서지 않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9월 10일 전체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2014년의 9월 10일은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다. KB사태를 처음부터 가까이서 전담해 담당하던 기자는 그 자리에 많지 않았다. 대타로 참석한 기자들이 대부분이라 사건의 전모를 상세히 몰랐다. 임 회장은 IT전문가와 법조계 전문가까지 대동해 브리핑석에 앉았지만 질문은 몇 명의 기자로만 한정됐다. 간담회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KB이사회는 자신사퇴를 권고했고, 임 전 회장은 9월 말 지주에서 손을 뗐다.

최종적인 책임이야 본인에게 있지만, 사태를 키우고 지금까지도 그의 명성에 금을 가게 한 것은 임 회장 옆에서 템플스테이 방 배정과 일부 기자만 모아 브리핑을 열었던, 전체 간담회 시기를 잘 못 잡았던, 의전을 담당한 주변인들이다.

그때와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금융위원회도 최근 임영록 전 회장의 악수를 답습하는 행동을 했다. 임 전 회장의 방법과 비교한다면 더 과감하고 공식적이었다.

지난 29일 금융위는 임종룡 위원장 주최로 언론사 경제부장 20명 가량을 불러 구조조정 관련 백브리핑을 열었다. 금융위 출입매체는 90개 가량이다. 금융위 대변인실의 궁색한 변명처럼 지면지만 초청한 것도 아니었고 이 자리에는 일부 인터넷 매체도 섞여있었다. 나머지 70개의 매체에는 사전 고지도 없었고 논란이 일자 그제야 '당초 간담회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는 문자를 보냈다.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리라 인원을 한정했다고 한다. '한정'한 기준은 무엇이며 당초 계획을 사전에 고지하는 게 어려웠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민간 금융회사의 회장 경력까지 갖춘 임종룡 위원장이 이토록 편협한 기자 간담회를 주관하라고 지시한 것도 아닐 가능성이 높다. 민감한 시기에 언론사를 모아놓고 아무리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브리핑이다. 금융위 대변인실은 이를 간과한 듯 싶다.

시나리오대로 2일 아침 주요 일간지 1면에는 임 위원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가 대서특필됐다. 특히 간담회 때는 강조하지 않았고, 추후 보도자료에 포함된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이슈가 부각됐다. 어떤 매체는 "한국은행이 독립성이라는 명분을 강조하려다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의 원칙까지 무시하면서 임 위원장 편을 들어줬다.

간담회 사건을 차치하더라도 금융위의 이번 행동은 문제가 있다. 아직 금융위는 왜, 어떤 명목으로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이라고 하는데 조선업 구조조정의 방향이나 그 규모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이 없었다. 아직 가늠할 수 없고 업계 자율의 자구안에 일단 맡기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러면서 원칙을 무시한 방법으로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언론의 입을 빌어 주장을 확산만 시키는데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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