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한국판 양적완화...속셈은 수출입은행 증자? "산은 조선사 자금지원 가능성 낮아"...수은 대우조선 익스포져 12조 등 '벼랑'

윤동희 기자공개 2016-05-03 18:21:53

이 기사는 2016년 05월 03일 1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국책은행 자본확충 작업이 사실은 수출입은행 살리기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은 한국은행과 협의체를 구성해 국책은행 자본확충안에 대해 논의를 할 계획이다. 최근 독립성 유지를 강조하던 한국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며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단위 지원이 예상되지만 아직 구조조정 지원 규모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는 구체적인 규모나 증자 방법,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산업은행은 해운사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두 회사가 모두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더라도 손실흡수 능력은 자체적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국책은행에 추가 자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조선업종에 대해 빅딜(Big deal)은 없고 업계 자율의 구조조정 추진 방향에 맡길 것이라 못을 박아둔 상황이기 때문에 채권은행이 신규자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갈 가능성은 낮다"며 "산업은행 내부적으로도 해운·조선회사에 대한 채무 상환 리스크를 우려할 뿐이지 채권 매입이나 대출과 같은 자금 지원방안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BIS비율은 14.2%로 전체 국내은행 평균인 13.9%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은행이 지난 17년 간 누적해온 이익잉여금 8조 원 가량까지 감안하면 자본확충은 산업은행에 당장 시급한 과제가 아니다. 결국 정부가 이번 자본확충 논의를 제기하고 신속하게 진행할 것을 요청한 배경은 수출입은행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출입은행의 BIS비율은 10.0%다. 자본비율이 홑자리대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한국기업평가 자료에 따르면 최근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 창명해운 등 5개사의 여신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해 질 경우 수출입은행이 확충해야 하는 자본 규모는 최대 4조 원에 가까울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한국기업평가의 김정현 금융 1실 평가전문위원은 이슈리포트를 통해 5개 기업 익스포져가 고정, 또는 회수의문으로 재분류될 경우 수출입은행의 BIS비율은 2017년 1월 1일 이후 최소준수자본비율인 9.25%(경기대응완충자본 0% 가정)에 미달하게 된다고 봤다. 2019년 1월 1일 이후 적용되는 완충자본을 감안한 BIS총자본비율 최소준수기준 10.5%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는 해당 여신을 모두 고정으로 재분류 시 1조 7000억 원, 회수의문으로 재분류시 3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수출입은행의 익스포져는 5개 기업 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에 대부분 편중돼 있다. 업계에서 파악하는 규모는 12조 7000억 원 가량이다. 산업은행의 6조 3100억 원보다 2배 많은 금액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장기차입금은 1조 618억 원이며 단기 차입금은 5693억 원이다. 회사는 또 한국수출입은행과 이외의 기관으로부터 12조 원이 넘는 선수금환급보증 등의 이행성보증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보증 규모까지 감안하면 13조 원에 가까운 익스포져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한국기업평가
자료 출처: 한국기업평가 김정현 금융 1실 평가전문위원 (2016.4.2)

수출입은행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4개 중소 조선사도 수출입은행의 존립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다.

금융위는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 SPP조선, 대선조선의 경우는 통폐합·매각 등을 통해 정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차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 내용을 발표하며 "STX조선은 법정관리에 가야할지 채권단 관리 아래 둬야 할지 유리한 쪽으로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성동조선도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3사를 제외한 중소 조선사의 대대적 판도 변화를 예고한 셈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성동조선의 지분 70.71%을 보유한 1대 주주로서 1조 3542억 원의 대출을, 1조 3199억 원의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성동조선의 대출 중 5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보증 비중으로는 69%를 차지하고 있다. 대선조선은 수출입은행이 지분 67.27%를 보유하고 있고 보증과 대출 등을 포함해 회사에 5078억 원의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다. 채권단 중 66%의 비율을 차지한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과 대선조선 채권과 관련해 대손충당금을 33%만 쌓고 있다.

SPP조선은 전체 차입금의 62%에 달하는 7986억 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STX조선에는 7055억 원의 차입금을 제공 중이다. 2014년 이뤄진 출자전환 등으로 수출입은행은 STX조선의 지분도 14.8%를 소유하고 있다. 4개 중소 조선사에 대한 수출입은행 단독 익스포져는 단순 계산만으로도 5조 원이 넘는다.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은 8조 8780억 원, 자본총계는 11조 876억 원이다. 매년 정부에서 500억~1000억 원 가량을 투입하고 산업은행도 올해 50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으나 빠르게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따른 자본적정성 훼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은행이 직접 조 단위 출자를 감행하지 않는 이상 감자나 채권의 대규모 상각처리, 기업회생절차 등의 조선업종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수출입은행의 체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할 거란 분석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