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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채권단 '不通' 유감 [thebell note]

이호정 기자공개 2016-05-09 08:23:25

이 기사는 2016년 05월 04일 13: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럴 거면 왜 채권단 회의를 여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한진해운 자율협약을 논의하기 위한 채권단 회의에 참석해 일련의 절차를 지켜본 관계자의 불만 섞인 말이다.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채권은행 대부분이 산업은행의 일방통보 식 행보에 단단히 뿔이 났다.

채권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산업은행은 충분한 사전 논의절차 없이 통보하는 식으로 한진해운 자율협약 논의를 진행했다. 또 회의 내용을 언론 등 외부에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한진해운 자율협약 논의가 산업은행의 보도자료를 통해 마치 채권단이 중지를 모은 것처럼 알려지고, 외부 질문 공세에는 입을 닫아야하는 것이 채권은행 입장에서는 불만이다.

산업은행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의 채권단 탈퇴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신보의 탈퇴는 지난달 25일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한 날 이미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해당 사실은 채권단 긴급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4월 29일 아침이 돼서야 외부에 알려졌다.

이날 회의 직후 산업은행은 "신보가 채권단에서 빠지더라도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한진해운에 살아날 기회를 공평하게 줘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조건부 자율협약을 일정대로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관계자들은 "별도로 신보에 대한 설명은 없었으며, 산업은행 측에서 신보가 빠져도 자율협약을 검토하자는 의견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또 "어느 채권은행도 신보의 탈퇴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총대를 멘 산업은행의 일방적 의사결정이 지속되면서 채권은행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려스러운 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이 시작도 되기 전 채권단 내부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율협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더 큰 마찰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은행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에 나서는 만큼 한진해운의 지원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보다 일방통행 식 행보를 보일 공산이 크다. 반면 채권단은 신규자금 지원 등의 희생이 뒤따르는 만큼 불만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우선변제권을 놓고 신보와 다퉈야 할 판이다. 일반적인 자율협약에서는 채권단이 지원하는 신규 자금을 향후 우선적으로 변제해야 한다. 하지만 차환발행심의위원회가 신보에서 보증한 한진해운 회사채 4651억 원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면서 상황이 애매해졌다.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투입해도 순위가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두고두고 채권단 내부의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를 전후해 채권금융기관 사이에 충분한 교감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중지가 모아져야 내실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채권은행과 한진해운이 모두 살 수 있는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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