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입찰·일괄신고債, 금리왜곡 '갈수록 태산' 우량 발행사, 민평 무시 고가 발행 고집…의도적 물량 조절, 시장 혼선
김병윤 기자공개 2016-05-11 14:00:09
이 기사는 2016년 05월 09일 16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자입찰과 일괄신고제도의 폐단이 지속되고 있다. 불투명한 가격 결정 구조로 인한 금리 왜곡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일부 우량 발행사들이 금리를 과도하게 낮게 제시하는 게 주된 원인이다.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시 금리 내 수요가 충분한 상태에서도 발행량을 줄이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투자 가이드 상 일정 수준 AAA급 물량을 담아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은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각에서는 금리 왜곡뿐 아니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물량으로 인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전자입찰 방식을 통해 지난달 21일 7년물 700억 원 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1.76%였다. 당초 발행 예정액은 1000억 원이었지만 300억 원 감액 발행했다. 당시 기관투자자 전자입찰에서는 모집액의 두 배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었다.
인천공항공사의 감액 발행은 올들어서만 두 번째다. 3월 기관투자자 대상 전자입찰에서도 당초 발행물량의 두 배가 넘는 자금이 몰렸지만 발행량을 200억 원 줄였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발행 예정액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범위와 구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제시했던 예정액은 그 범위 중 최대치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보다 적게 발행한다고 해도 문제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시각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천공항공사가 발행량을 조절해 1%대 금리를 고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와 업계 시각 차는 지난해 인천공항공사의 발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예정액의 절반 정도만 발행함에 따라 시장의 불신을 샀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 입찰은 실질적으로 발행사와 투자자 간 매매방식을 통해 딜이 이뤄진다"며 "발행사가 금리를 제시하면 투자자는 들어올지 말지 결정할 뿐이기 때문에 사실상 발행사의 의도대로 딜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발행량이 많아지면 채권 가격이 낮아지면서 금리가 오르게 된다"며 "언제든 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금리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괄신고제도를 이용하는 발행사도 낮은 금리 발행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현대캐피탈은 오는 10일 3년물과 4년물 총 500억 원 내외 발행할 예정이다. 3년물은 민평 대비 -1bp를, 4년물은 par 수준을 각각 제시했다. 3년물 경우 금리를 민평 대비 낮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일반 회사채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희망금리 상단을 개별 민평 미만으로 제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관행을 과거 성행했던 수수료 녹이기에 빗대기도 했다. 수수료 녹이기는 시장 금리를 왜곡하는 불공정한 관행으로 지목돼 금융당국의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설 입찰과 일괄신고제로 인해 증권사들의 출혈 경쟁이 더욱 불가피해졌다"며 "기관투자자 역시 우량채를 일정수준 담아야 하기 때문에 낮은 금리에도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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