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성동조선 부지 인수 의지 있나 MOU에 알맹이 없어 ‥본계약 시점 불명확
김장환 기자공개 2016-05-25 08:13:54
이 기사는 2016년 05월 24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산업개발과 수출입은행이 맺은 성동조선해양 부지 거래 양해각서(MOU)는 본계약 시일은 고사하고 각종 조건 역시 불명확하게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MOU 자체가 법적 구속력도 없는데다 조건마저 부실하게 작성됐다는 점에서 계약 전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과 수출입은행이 지난 20일 맺은 경남 통영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부지 매각·인수 MOU에는 본계약 시점이 명확하게 적시되지 않았다. 수출입은행이 밀어붙였던 1350억 원대 가격과 초기 계약금 비율, 본계약 후 중도금 납부 시기 정도만 간략하게 적힌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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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란 점에서 법적 구속력도 없다. 현대산업개발 측에서는 언제든지 계약을 깰 수 있다. 채권단이 MOU 체결 마감 시일로 정한 20일 오전까지만 해도 성동조선해양 부지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던 현대산업개발이 갑작스럽게 마음을 돌린 건 이 같은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일단 MOU를 맺고 추후 생각을 정리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울러 채권단이 오히려 사정을 해 마지못해 MOU를 맺게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에서 MOU를 맺지 못할 경우 재매각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 경우 성동조선해양 정상화 절차가 당장 어긋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현대산업개발에 MOU라도 맺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어쨌든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성동조선해양 부지를 채권단이 요구한 가격에 인수하기는 여전히 부담이다. 저유가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고, 장기 전망 역시 예전처럼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유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전기 생산연료로서 경쟁력이 유류보다 떨어지는 LNG를 원료로 한 복합화력발전소는 이 같은 상황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를 기반으로 통영시에 LNG복합화력발전소 설립을 완료하고도 채산성이 떨어져 가동을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공사비 등 초기 사업비를 장기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성동조선해양 부지 인수가라도 낮추지 못하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원하는 부지 인수가는 800억 원 선이다.
또 다른 부담은 해당 부지에서 발전소 사업을 환경연대 등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통영시 현지에서는 화력발전소 저지 통영시민사회연대가 결정됐다. 이들 모임과 어민들을 중심으로 한 통영어업대책위, 굴업피해대책위 등이 연합해 현대산업개발과 통영시에 화력발전소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모임의 요구는 기본적으로 온배수를 바다에 배출하지 말라는 것이다. 화력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설비를 식힐 수 있는 물을 끌어오고 배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닷가에 발전소를 짓는 것은 취수를 쉽게 확보할 수 있어 사업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온배수를 바다로 배출하지 않으려면 공냉식 장비를 구비하거나 자체 냉각수 순환식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경우 과도한 설립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대책위에서는 배상비 등 여부가 아닌 환경적 문제와 어민들의 생계 등을 이유로 이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생각이다. 통영시와 현대산업개발, 대책위는 최근 3차례에 걸쳐 원탁회의를 거쳤지만 이처럼 의견이 팽팽히 맞서 이렇다 할 결론을 얻지 못했다.
정작 채권단은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존 가격을 요구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 현지에서 대책위들과 협상에서도 채권단은 빠져 있다. 사실상 매각자 측에서 해결해줘야 할 일을 위해 매수자인 현대산업개발만 발로 뛰고 있는 셈이다. 대책위는 조만간 서울에 상경해 수출입은행 등을 상대로 매각 반대 항의 시위 등을 벌일지 여부를 고려 중이다.
결론적으로 MOU까지는 맺었지만 가격을 크게 낮춰주지 않을 경우 본계약까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채권단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음에도 '보여주기식' MOU를 현대산업개발에 요구했다. 만약 매각이 무산될 경우 성동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지 재매각 시기를 지지부진 끌기만 한 채권단은 이로 인한 책임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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