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열기 확인하려면 명동으로 증권사 지점 몰려있어 고령의 고객들 수시로 방문
이상균 기자공개 2016-05-31 16:36:04
이 기사는 2016년 05월 27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한 명동은 증권사 고객들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명동에 위치한 각 증권사 지점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고령의 고객들이 공모주 청약을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대어급 공모주를 청약할 때는 증권사 지점 앞 계단에 걸터앉아 청약 서류를 작성할 정도다. 증권사 지점 직원들도 혀를 내두른다.
◇지점 직원 출근하기도 전에 기다리고 있어
명동에는 도보로 10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증권사 지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명동 중심을 동에서 서로 관통하는 유네스코길에 인접해 있는 개양빌딩의 경우 5층에 한국투자증권 명동PB센터, 6층에 미래에셋대우증권 PBC명동, 7층에 유안타증권 등이 연이어 위치해 있다. 개양빌딩 인근에는 하나금융투자 지점이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신영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도 명동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명동PB센터 관계자는 "긴 시간동안 이동하는 것이 버거운 고령의 고객들에게 증권사 지점이 촘촘히 위치해있는 명동은 최적의 장소"라며 "과거에는 여의도도 공모주 투자열기가 상당했다고 하지만 그곳은 증권사 지점간 거리가 멀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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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고객들은 대어급 종목의 청약이 진행 중일 때는 일주일 내내 지점으로 출근하기도 한다. 지점 직원들이 출근하기도 전인 오전 7시 30분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업무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지점에 들어가 여러 개의 번호표를 뽑은 뒤 자기들끼리 지점에 도착한 순서대로 번호표를 나눠 갖는다.
이들 고객은 대다수가 최소 수 십억 원대의 고액자산가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옷차림이 검소하다고 한다. 명동의 증권사 지점을 방문할 때는 일절 자가용을 가져오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30년 이상 공모주 투자를 한 고객도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1990년대 말 벤처 열풍 당시 공모주 투자로 거액을 벌어들였다"고 말했다.
◇공모주 청약, 우대자격 확보가 관건
사실 공모주 청약은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고령의 고객들도 대부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증권사 지점을 찾아오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지점에 모여 앉아 청약 분위기를 살피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약을 할 때 우대자격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계좌만 있고 거래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최대 청약금액의 50%까지만 가능하다. 계좌의 3개월 평가잔액이 2000만 원 이상일 경우에는 최대 청약금액의 100%, 계좌의 전월 기준 평가잔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는 최대 청약액의 200%까지 가능하다.
고령의 고객들은 청약을 앞둔 상황에서 우대자격을 확보하기 위해서 각 증권사 지점을 오가며 계좌의 평가잔액을 조절하고 관리한다.
예를 들어 6월에 대어급 공모주가 나온다면 5월 기준으로 계좌의 평가잔액이 1억 원 이상이 돼야 한다. 5월은 31일로 구성됐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자금이 풍부한 고객이라면 31억 원을 하루만 맡겨도 우대조건을 달성한다.
반면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다면 다른 증권사 지점에 맡겨진 금액을 긁어모아 1억 원을 만든 뒤 5월 한 달 내내 한국투자증권 계좌에 예치시켜야 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청약 당일에는 청약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증권사로 고객들이 몰리기도 한다"며 "이 과정에서 고객들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된다"고 말했다.
◇요즘 관심은 단연 호텔롯데
명동에 위치한 증권사 지점은 고민이 많다. 공모주 청약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점을 방문해 청약하면 수수료는 3000~5000원 수준이다. 전화를 통해 청약하면 2000원이다.
이마저 우수 고객은 수수료가 면제된다. 인기 높은 공모주 청약 일에 지점 직원들의 업무가 마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사 지점의 실익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2014년 11월 삼성SDS 청약 당시에는 대기 인원만 140명이 넘어 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고객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종목은 단연 호텔롯데다. 개양빌딩 6층에 위치한 미래에셋대우 지점에는 계좌 개설이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미래에셋대우는 호텔롯데 상장 대표 주관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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