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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성토'가 자살보험금 해법인가 [thebell note]

윤 동 기자공개 2016-06-15 11:39:3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4일 09: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생명보험사 관계자들을 만나면 자살보험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성토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현재 14개 생보사들은 자살자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지난달 중순 긴 소송 끝에 대법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리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뒤에 청구된 보험금은 줄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소멸시효가 지난 후 청구된 자살보험금은 2003억 원 규모로 전체 자살보험금 2465억 원의 81%에 해당한다. 이 문제 역시 대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나 언제 판결에 내려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다 못한 금감원은 지난달 하순 '생보사들은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으며 생보사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생보사들이 오히려 금감원도 자살보험금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금감원 책임론'으로 귀결된다. 금감원이 생보사의 표준약관을 제대로 심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살보험금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동시에 생보사는 금감원이 자살자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등 자살을 방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두 주장 모두 납득할만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생보사들이 의도적으로 애꿎은 금감원을 부각시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자살보험금 사태에서 보험사들의 상대는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이야기도 없이 금감원 꼬집기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단순화시키면 '보험사가 자살자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금감원은 어디까지나 사태의 조기 종결을 위해 끼어든 제3자에 지나지 않는다. 설령 생보사의 주장처럼 금감원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생보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지와 별개의 문제다.

생보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해야할 상대는 금감원이 아니라 고객이다. 생보사들은 금감원을 끌어들여 자살보험금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를 중단하고, 지금부터라도 고객과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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