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인수‥6년만에 부동의 업계 1위로 [IPO & CEO]①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
신민규 기자공개 2016-06-17 14:13:46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5일 13: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믿고 맡긴다'는 의미의 신탁(trust, 信託)이라는 말만큼 부담스러운 단어도 없다. 특히 거액의 토지가 오고가는 부동산신탁은 더할 나위 없다. 부동산신탁에는 시행사는 물론 시공사, 각종 금융기관과 홍보대행사가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 잘되면 수익금을 나눠 가질 수 있지만 부실 사업장으로 전락하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인식하고 모두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동종업종 중 상장기업은 한 곳뿐이기도 하다. 그만큼 소외된 영역이다.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56, 사진)는 전업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믿음이 높지 않았던 시절에 신탁사를 인수한 사람이다. 한국자산신탁과의 인연은 전라남도 장흥 고향 선배인 문주현 MDM그룹 회장이 그를 2007년께 그룹 부사장으로 앉히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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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MDM그룹은 부산 해운대 대우월드마크센텀 사업으로 1600억 원이라는 대박을 내고 신규사업을 찾고 있었다. 문 회장 눈에 들어온 것이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1호인 한국자산관리공사 자회사, 한국자산신탁이었다. 2009년, 이 회사의 인수전에 김 대표가 뛰어들었다.
한국자산신탁을 손에 쥐기까지 김 대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업계에선 인수전에 함께 참여한 하나금융지주가 가져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한국자산신탁 내부에서도 강성노조들이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인수자금도 여유가 없었다. 사업이 대박을 내긴 했지만 이익금은 2010년이 돼야 확보할 수 있었다.
김 대표가 직접 '대신MSB PEF(사모주식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엔 금융위원회가 묵묵부답이었다. 업자 취급을 받는 통에 두번의 미승인 통보를 받아야 했다.
김 대표는 지금도 2010년 3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 받은 날을 기억한다. 감회가 컸기도 했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 다른 신탁사 대표는 경영권을 매각했던 탓도 있었다. 그만큼 금융위기 이후 신탁사에 대한 전망은 어두웠다. 긴장감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힘들게 인수한 만큼 욕심도 컸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룹 부사장에서 신탁사 부사장으로 첫 출근한 날 김 대표는 크게 실망했다. 7시30분 즈음 출근해 들뜬 마음으로 직원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9시가 지나서야 한두명씩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한술 더 떠 노조는 업무 피크타임인 10시께 노조회의를 한다고 자리를 비웠다. 신탁 고객들로부터 항의 전화가 걸려오는 게 들리기도 했다. 공기업의 후진적인 마인드가 조직 전반에 흘렀던 셈이다.
당시에는 직원들의 실망감도 컸다. 공기업 자회사로 취직한 직원들은 MDM그룹이라는 금시초문의 디벨로퍼 회사 밑에서 일하기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직원 상당수가 이탈했다. 최소 5년은 업무를 익혀야 현장에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주요 인력의 공백은 그 자체로 시련이었다.
김 대표는 공기업 문화에 익숙한 직원들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나가겠다는 직원들을 굳이 말리지 않았다. 강도높은 업무가 시작되면서 인수 첫해에 노조는 자진 해산했다.
만 6년째인 올해 1분기, 한국자산신탁은 신탁 수주잔고 및 보수를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 면에서 부동의 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을 제쳤다. 지난해 근소한 차이로 제친 데 이어 제도권 금융에서는 기록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자기자본 874억 원이었던 회사는 지난해 기준 2166억 원짜리 회사로 커졌다. 수익성이 높은 차입형 토지신탁에서의 수주잔고는 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 약력
△78년 전남 장흥고 졸업
△82년 전남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85년 서울대학교대학원 경영학 석사
△88년 한신경제연구소
△91년 광은창업투자(주) 부장
△99년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주)
△00년 NH투자증권 상무이사
△07년 (주)엠디엠 부사장
△10년 한국자산신탁(주) 부사장
△12년 한국자산신탁(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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