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버코리아 지분매각에 VC 당혹, 회수전략 고심 초기투자자 '태그얼롱' 행사 여부 관건…나머지는 IPO 여부 따라 갈려
김나영 기자공개 2016-06-21 09:01:43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7일 1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인캐피탈-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이 결국 카버코리아와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자 벤처캐피탈업계가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벤처캐피탈들은 카버코리아의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투자했던 만큼 향후 엑시트(Exit, 회수) 전략을 어떻게 수정할지 고민 중이다.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버코리아와 베인-골드만 컨소는 SPA를 체결하면서 기존 재무적투자자(FI)인 벤처캐피탈들에 이 사실을 따로 알리지 않았다. 베인-골드만 컨소가 사들이는 카버코리아 지분은 50% 이상으로 확정돼 있다.
◇ FI 대부분이 벤처캐피탈...약 40% 중 35% 달해
현재 카버코리아 지분 중 벤처캐피탈들이 보유한 지분은 약 35%에 달한다. 전체 지분에서 이상록 카버코리아 대표가 60.17%, FI가 39.83%를 소유하고 있는데 후자인 FI 대부분이 벤처캐피탈이다. 일부 5%가량은 다른 기관투자자와 개인 등이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IB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보유지분을 10~20% 정도 남기고 모두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10%를 남겨두면 베인-골드만 컨소가 50%를 확보하는 데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20%를 남기게 되면 나머지를 FI 측으로부터 매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FI로부터의 추가 지분매입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인다. 벤처캐피탈들은 인수자 측으로부터 아직 레터를 받지는 못했다. 다만 카버코리아와 베인-골드만 사이에서 자문역할을 하는 삼정KPMG가 다음주 초부터 벤처캐피탈을 돌아가며 방문하기로 했다.
지분매각가능 우선순위로 떠오른 벤처캐피탈은 미래에셋벤처투자와 대경창업투자다. 총 11곳의 벤처캐피탈이 카버코리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신주를 발행받은 곳은 이들 2곳이다. 당시 태그얼롱(Tag Along, 동반매도권)을 부여받은 곳도 벤처캐피탈 중 이들뿐이다.
태그얼롱은 최대주주가 보유지분을 매각할 때 2~3대 등 다른 주주도 최대주주와 같은 가격으로 매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때문에 미래에셋벤처투자와 대경창업투자는 이상록 대표와 베인-골드만 컨소가 맺은 SPA와 동일한 조건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이들 벤처캐피탈이 태그얼롱을 행사할 경우 거둬들이는 차익은 20배를 넘길 전망이다. 투자 당시인 2014년 8월 산정된 카버코리아의 밸류에이션은 350억 원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IPO 기대감으로 구주거래 붐이 일면서 밸류에이션이 5000억 원으로 올라갔다. 여기에 이번 바이아웃(Buy-out) 딜로 산정된 밸류에이션은 7000억~7100억 원까지 치솟았다.
◇ 사모펀드 특성상 IPO보다는 기업 재매각으로 갈 확률 높아
이외에 구주를 보유한 다른 벤처캐피탈들은 엑시트 전략에 대해 고심 중이다. 최대주주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로 바뀌면 해당 기업이 IPO보다는 재매각으로 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애초에 벤처캐피탈들이 카버코리아에 투자했던 이유는 IPO에 대한 기대감이었는데 상황 자체가 달라졌으니 고민될 수밖에 없다.
사실 연초 주주총회까지만 해도 카버코리아 측은 연내 IPO 추진에 대한 입장이 확고했다. 당시 몇몇 주주가 지난해 말부터 일부에서 돌던 지분매각설에 대해 질의하자 이를 부정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달 지분매각설이 구체화되고 곧 SPA를 체결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자 베인-골드만 컨소와 함께 이를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SPA를 체결하면서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FI들의 당혹스러운 시선을 받게 됐다. 특히 올해 상장이 완료될 것으로 생각하고 뒤늦게 구주를 쥔 투자자들은 이 같은 행보에 내심 불만을 가질 법하다. 변경된 최대주주가 계속 IPO를 추진하기보다는 회사를 키워 일정기간 후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진 탓에 상장 주관사마저도 상당히 당황한 모습이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급변한 만큼 태그얼롱 행사 여부나 다른 회수방법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면서 "VC들이 전체 지분의 35%를 들고 있어 이 중 일부만 인수자에 지분을 넘길 수 있고 나머지는 다른 회수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직 인수자 측의 입장을 정확히 몰라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면서 "경영권이 있는 매입가와 없는 매입가는 매우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일단 자문사 역할을 하는 삼정KPMG를 만나본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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