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29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기업인이 남긴 최고의 어록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이봐, 해봤어?"가 뽑혔다. 정 회장이 새로운 일을 벌이는 걸 반대하는 임직원을 마주할 때마다 건냈던 "이봐, 해봤어?"는 진취적 기상과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어떠한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다는 '현대정신'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현대정신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범함, 냉철한 결단력, 강한 추진력도 담겨 있다. 특히 사업에 대한 비전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외부의 비관적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지금의 현대를 있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단행하고 있는 '경영 개선'을 보면 이러한 현대정신을 새삼 느끼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경영 개선 계획을 발표한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올해 말까지 이행하기로 돼 있던 구조조정을 상당 부분 마무리했다. 현대자동차·KCC·현대C&F 등 주요 유가증권을 처분했고, 유휴자산으로 분류된 토지·건물 등도 대부분 매각했다. 최근에는 금융 계열사인 현대기업금융 경영권 지분도 범현대가 기업에 넘겼다. 희망퇴직을 통해 임직원 숫자를 대거 줄이는 한편 급여 반납, 고정연장 근무 폐지 등을 실시해 비용을 감축하기도 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주관사를 선정해 원매자 접촉에 나섰다. 원활한 매각을 위한 기초 실사를 마친 상태다. 하이투자증권을 포함해 하이자산운용, 현대기술투자, 현대선물 등 금융 계열사들은 모두 연내에 매각할 계획이다. 로봇사업부는 대구를 새로운 거점으로 정하며 본격적으로 분사 작업에 돌입했다. 이 모든 구조조정이 불과 지난 두달 사이에 이뤄졌다. 실로 대단한 추진력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강도 높은 경영 개선 덕분에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9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13년 이후 3년 만에 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인력 감축 과정에서 2600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점을 감안할 때 발빠른 구조조정이 없었다면 흑자 달성은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업계에선 '저력의 현대'라는 표현을 쓰며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며칠 전 만난 국책은행 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현대중공업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다. 지금처럼 자구 노력을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오를 거란 믿음이 있다."고 밝혔다.
모쪼록 현대중공업이 현재의 보폭을 유지하며 2018년까지 계획한 자구안을 차질 없이 이행했으면 한다. 직면한 위기 극복과 더불어 앞으로 도래할 저성장 시대를 견뎌낼 수 있는 자양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때보다도 강한 '현대정신'이 요구되는 건 과거 성장의 시대가 아닌 지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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