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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한진해운, 엇갈린 운명이 주는 시사점

김진희 기자공개 2016-09-08 11:38:29

이 기사는 2016년 09월 05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포털사이트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나란히 입력하면 '한진해운 현대상선 각본'이라는 키워드가 자동 완성된다. 국내 해운업 1,2위 업체의 운명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1일 개시됐다. 한진해운의 운명은 오는 11월 25일 결정된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숱한 구조조정 사례를 지켜본 금융투자(IB)업계 전문가들은 두 기업의 엇갈린 행보를 어느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팔 수 있는 알짜가 있어야 살아남는다"라고 입을 모은다. 채권단으로부터의 자본확충이 아니라 스스로 유동성 확충을 할 여력이 있는 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웅진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웅진은 웅진코웨이, 웅진식품, 웅진케미칼 등 핵심 계열사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1년 4개월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당초 기한인 6년보다 훨씬 앞선 성적표다. 현금 회수율도 70%에 달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에 돌입하기 전,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의 부활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현대상선 대비 규모가 1.2배 가량 크고 수익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IB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자산대비 매각 가능한 핵심 자산이 부족하다는 것을 불안요소로 지적했다. 그간 한진해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리스크 해소 전략으로 돌아섰다.

반면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이라는 카드가 있었다. 지난 5월 매각으로 1조 2000억 원의 대금을 확보했다. 현대그룹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점도 무기였다. 현대아산, 현대로지스틱스 등 계열사 지분을 많이 들고 있어서다.

결과론적인 해석일 수 있지만 채권단은 핵심자산을 팔아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쪽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위원회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필요하면 신규 자금 지원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1위 해운사의 법정관리 신청은 업계 차원에서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있다. 어느 기업도 이제 대마불사의 논리에만 기대고 있을 수 없게 됐다. 구제금융(Bail-Out)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채권단이나 투자자자의 고통분담을 강제하는 베일-인(Bail-in) 시스템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엇갈린 운명이 국내 산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해 진다. 정책금융만을 쳐다보기 어렵다면 기업 스스로 '유사시 재무적 버퍼'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물론 현대상선이 그동안 위기에 대비해 가용자산을 관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꺼낼 생존카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위기는 언제나 예고없이 찾아온다. 두 해운사의 운명은 재무적 융통성 없이는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위험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줬다. 자산이든, 유동성이든 위험에 대비한 버퍼를 확보하는 게 신용관리의 기본임을 상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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