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 매각 성사 비결 `철통보안` 공시 직전까지 직원·홍보실에게도 함구…반년여만에 성사
이경주 기자공개 2016-09-13 08:08:49
이 기사는 2016년 09월 12일 18: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1조 규모의 프린터 사업부 매각 빅딜을 성공시킨 배경에는 물 셀 틈 없는 철통보안이 있었다. 공식발표를 하기 전까지 홍보실 뿐 아니라 해당 사업부 임직원들에게도 매각과 관련된 이야기를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협상 단계에서 시장에 알려져 결과적으로 실패한 제일기획 매각 건을 반면교사 로 삼았다는 평가다.삼성전자는 12일 오후 4시 30분 경기도 수원사업장 한가족프라자 체육관에서 약 1500명의 프린터 사업부 국내 직원 전원을 소집해 프린터 사업부를 미국 휴렛팩커드(Hewlett-Packar. 이하 HP)에 매각한다는 내용의 직원설명회를 개최했다.
매각 대상은 프린터 사업부 국내외 사업장 일체와 임직원 전원이다. 오는 11월 1일자로 프린터 사업부를 물적 분할 한 후 내년 하반기까지 지분 100%를 HP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프린터 사업부 물적 분할과 매각 건을 결의했다. 이후 오후 5시에는 금융감독원에 관련 공시를 띄웠으며, 함께 홍보실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이날 발표가 있기까지 양사의 인수합병(M&a) 실무진 외에 아무도 딜 추진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2시께 프린터 사업부 임직원들을 수원사업장으로 집결하라는 안내메일을 보내면서도 매각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공식커뮤니케이션 창구인 홍보실 역시 지난주 매각설이 돌기 시작했을 때 "들어온 정보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홍보실은 보도자료를 내기는 했지만 공식 정보는 발표에 임박해서야 들었다는 설명이다.
통상 빅딜은 극비리에 추진하는 게 당연하다. 딜 협상 사실이 알려지면 여러 가지 문제에 노출된다. 우선 상장사의 경우 주가에 영향을 줘 실질 기업가치 측정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직원들의 반발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홈플러스 빅딜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노조가 개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그룹 역시 올해 초 상반기 광고 자회사 제일기획을 프랑스 퍼블리시에 매각하는 위해 협상 중이라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주가 변동, 직원 이탈 등이 발생하며 난항을 겪다 같은 해 6월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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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삼성전자가 프린터 사업부 매각 계획을 지난해 말 세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HP와 협상을 시작한 것은 올해 초다. 결과적으로 반여 년 동안 보안유지에 성공해 딜을 무리 없이 성사시키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 과정에서 루머가 생기자 관련 내용 유포자를 엄벌에 처한다고 밝히는 등 강하게 내부단속을 했다는 후문이다.
프린터 사업부 매각은 다른 빅딜과 비슷하게 직원 처우문제가 협상의 최대 과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직원설명회에서 "협상 과정에서 매우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안들이 많았다"며 "임직원 복지와 기술력 유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언급됐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의 ‘기밀유지'가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점검해야 할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직원설명회 질의응답 시간에서 일부는 매각사실을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된 것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고 구체적인 처우계획을 밝혀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매각구조 등 큰 틀의 협상만 진행됐기 때문에 세부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현장에 있던 한 프린터 사업부 직원은 "직원설명회 내내 임직원들이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지켜봤다"며 "질의응답 시간에는 일부 직원들이 회사가 자신들 모르게 매각을 추진한 것에 대해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프린터 사업부 매각가가 10억5000만 달러(약 1조1718억 원)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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