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대출,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촉각' 내달 제정…법인투자자 허용 여부 따라 성장성·리스크 결정
정용환 기자공개 2016-09-21 10:37:05
이 기사는 2016년 09월 20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P2P대출(Peer to Peer, 개인 간 대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내달 금융당국에서 내놓을 가이드라인에 눈길이 쏠린다. 가이드라인에서 법인 투자자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느냐 여부에 따라 P2P대출 업계가 짊어지게 될 성장성과 리스크가 동시에 결정되기 때문이다.국내 P2P대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27개 회원사 기준 P2P대출 누적 취급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1904억 원에서 8월 말 기준 2266억 원으로 늘었다. 한 달새 약 19% 성장한 셈이다.
협회는 업계의 실질적인 성장이 보여지는 것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에 속하지 않은 P2P대출 업체의 취급액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P2P업체는 총 40여개 수준이고 현재 개업을 준비하는 업체까지 따지면 그 수가 약 50개까지 늘어난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 협회장(미드레이트 대표)은 "누적 취급액 통계는 협회 회원사만 대상으로 집계한 것일 뿐이며 전체 업권을 대상으로 한다면 7월부터 8월까지의 성장세가 30%를 상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P2P업계는 위험 선호 일색인 지금의 투자자 구성이 좀 더 다양성을 띌 수 있다면 업권의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보고 금융당국이 내달 중 내놓을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주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법인 투자자에 대한 개방을 어디까지 허용해주느냐에 따라 더욱 다양한 성향의 투자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 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승행 협회장은 "현재 시장에 유입된 투자자는 위험 선호형 투자자가 대다수"라며 "향후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시작으로 금융당국에서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면 업권이 안정되면서 더 다양한 투자자들이 P2P대출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며 지금보다 더 큰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은 7월부터 'P2P대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기 위한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9일 3차 회의를 가진 TF는 내주 열리는 중 4차 회의를 앞두고 현재 의견 조율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TF에서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부분은 P2P대출을 이용하는 법인투자자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 여부다. 투자규모가 상대적으로 클 뿐 아니라 반복투자의 가능성이 높은 법인 투자자를 대부업 등록 대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입장과 대부업 등록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P2P업계는 가능한 다양한 법인투자자에 대한 P2P대출 진출경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관투자자(금융회사)를 비롯 전문투자자, 대부업자, 일반 법인 등 다양한 투자자가 유입돼야 업권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금감원과 금융위 등 금융당국은 P2P대출을 악용하는 법인들의 진입을 막기 위한 장치를 어디까지 마련해야 하느냐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을 비롯, 학술·종교·자선·기예·사교 등의 다양한 법인에게까지 P2P투자를 자유롭게 허용하게 되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여지가 다분하다는 판단에서다.
TF에 참여하고 있는 금감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의 기본적인 방향은 P2P대출 업계에게 성장할 수 있는 활로를 마련해주자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법인에 대해 무작정 투자를 허용해주다 보면 P2P대출 플랫폼이 유사수신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관리 감독이 불가능할 수준으로까지 변질될 수 있어 그 허용 한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에서 법인투자자에 대한 허용여부를 얼마나 보수적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P2P대출 업계는 성장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짊어지게 된다. 가이드라인 제정에 신중함이 요구되는 이유다. 한편 금융당국은 내달 중으로 가이드라인 초안을 완성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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