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의 '꽃놀이패', 갤노트7 단종에 '꼬이나' [삼성·엘리엇 2라운드]시총 20조 이상 증발, 배당·주가 전망 '불투명'… '공세 강화' 무게
정호창 기자공개 2016-10-13 08:23:20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2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주식 매입을 통해 수익을 노리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전략이 '갤럭시노트7 단종'이란 초유의 사태로 인해 차질을 빚게 됐다. 당초 손해 가능성이 거의 없는 '꽃놀이패'를 쥔 것으로 평가됐으나, 예상치 못한 돌발악재로 단기간에 원하는 수익을 얻기가 어려워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삼성전자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으로 주가 상승과 배당 확대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당초보다 엘리엇과 삼성전자의 공방이 장기화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엘리엇이 사외이사 확대 요구 등 경영간섭 공세를 보다 강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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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삼성전자 현금 배당 확대를 요구한 엘리엇의 주주 제안은 수용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6월 말 현금 대차 규모가 77조 원에 달하고 잉여현금흐름(FCF)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30조 원의 현금배당을 시행해 비효율적인 자본 과대화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순이익 규모가 23조 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30조 원의 특별배당 요구는 과도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로 이 같은 분석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IM부문의 수익이 최소 2~3조 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AP와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부품 수요 감소로 인한 손실도 예상돼 회사 전체 수익의 감소폭은 이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배당 등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규모는 당초 기대보다 축소될 공산이 커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말 향후 3년간 잉여현금흐름(FCF)의 30~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천명한 상태에서 엘리엇의 제안이 가세했기에, 시장에선 엘리엇이 요구한 수준 만큼은 아니더라도 올해 배당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둬 왔다.
엘리엇이 배당 수익 다음으로 기대한 주가 상승 차익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실적 하락 우려가 커지며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3일 동안 10% 가량 급락했다. 엘리엇 등장에 따른 상승률을 모두 반납한 데 그치지 않고 5% 가량 더 하락했다. 단 3일 만에 20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당분간 박스권 횡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주가 변화로 인해 삼성전자 주식 0.62%를 보유한 엘리엇은 1000억 원 가량의 평가차익을 모두 잃고, 투자원금 대비 소폭의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당초 엘리엇이 세운 전략과는 다른 결과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엘리엇이 낮은 투자손실 가능성에 자신감을 갖고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적정 기업가치 대비 삼성전자 주가가 저평가 상태에 있는데다, 올들어 견조한 실적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어 매입 이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추가로 주주 제안을 통해 증시에서 가장 민감해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이슈를 자극하면 주가 상승 가능성을 배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더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삼성전자가 제안을 수용할 경우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다른 입장을 내놓더라도 주가 상승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엘리엇의 '꽃놀이패' 전략은 '갤럭시노트7 단종'이란 돌발변수로 인해 예상치 못한 균열을 맞게 된 셈이다.
관련 업계에선 시장 상황이 당초 구상한 시나리오와 다르게 전개됨에 따라 엘리엇의 삼성전자 대응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5일 삼성전자 이사회 앞으로 발송한 서신에서 보여준 유연한 태도를 바꿔 공세를 강화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그룹과의 줄다리기 기간도 당초 시장 예상보다 장기화될 공산이 높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악재로 인한 실적 저하를 근거로 배당 등 현금 유출액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을 경우, 엘리엇은 사외이사 확대 등 이사회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현 경영진과 이사회의 책임으로 돌려 경영진과 이사진 일부의 교체를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영진과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이유로 사외이사 수 확대도 다시 주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엘리엇은 지난 5일 발송한 제안서를 통해 사외이사 수를 현재보다 최소 3인 이상 늘릴 것을 주장했다.
엘리엇은 이 같은 요구를 내년 3월 열리는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상법상 0.5% 이상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보장되는 주주제안권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이사해임청구권, 회계장부열람권, 대표소송제기권 등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권리를 총동원해 공세에 나설 공산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갤럭시노트7 리콜 문제는 인식했지만, 단종까지 가게 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며 "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 단기간 내에 기대했던 수익을 거두기가 힘들어진 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공세를 보다 강화하고,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장기간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데다, 향후 지배구조 재편 숙제를 안고 있는 삼성그룹 입장에선 내부 악재와 외부 걸림돌을 동시에 만난 셈"이라며 "삼성전자 등기이사 등극을 통해 공식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이재용 부회장이 리더십을 증명할 어려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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