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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이슈, 내년 상반기 해결될수도" [thebell interview] 최웅필 KB운용 본부장 "오너 결단이 관건"

박상희 기자공개 2016-10-24 09:30:00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8일 13: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로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을 보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여전히 미성숙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차라리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결단만 하면 내년 상반기 안에 삼성전자 분할과 지주사 설립이 가능해 보인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사진)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장기적인 이슈가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단기전을 예상하고 있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나서 삼성전자가 원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만큼 남은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뿐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직접 운용하는 초대형펀드인 'KB밸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은 최근 2년 넘게 삼성전자를 전혀 편입하지 않아 화제가 됐다. 운용규모가 1조 원이 넘는 대형펀드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래서일까. 삼성전자에 대한 견해를 쏟아내는 데 거침이 없었다.

◇ 수익률 안 좋자 왜 삼성전자 안담냐는 투자자 불만 쇄도

최 상무는 올해 삼성전자 때문에 고생했다는 말부터 꺼냈다. 올해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 한 종목인 삼성전자를 왜 담지 않냐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쇄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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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

"2009년 설정된 KB밸류포커스펀드는 연단위 수익률이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다. 그런데 올해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4.45%로 저조하다. 펀드 설정 이후 제일 안 좋은 성적이다. 투자자들이 올해 많이 오른 삼성전자를 왜 담지 않았냐고 말들이 많았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목표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마이너스 수익을 내지 않는 것이다. 한 번 마이너스가 되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펀드 성과에 치명적일 수 있다."

KB밸류포커스펀드는 지난 2014년 8월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털었다. 그리고 2년 2개월이 지났다. 오래동안 삼성전자를 쳐다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IT제조업이나 철강, 조선처럼 경기를 타는 업종을 선호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돈을 많이 버는 우량한 기업이다. 하지만 반도체나 휴대폰을 생산하는 IT(정보기술) 제조업의 특성 상 번 만큼 많은 돈을 R&D(연구개발)나 시설투자에 쏟아부어야 한다. 기술적으로도 계속 시장을 선도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피곤한 업종인거다. 조선주나 해운 쪽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나 컴투스같은 기업과 비교해보면 이들 기업은 별도로 투자할 필요 없이 번 돈을 그냥 쌓아놔도 된다. 삼성전자처럼 다시 재투자 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KB밸류포커스펀드의 포트폴리오(2개월 전 기준)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나 LG전자 등 대규모 장치산업 등 중후장대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컴투스, 휠라코리아, 동원산업, CJ, 케이비캐피탈, 골프존 등의 종목이 올라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KB밸류포커스펀드는 삼성전자 편입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투자할 때 정해놓는 가격 마지노선이 있다. 컴투스는 PER 7배 이하, 포스코는 8배 이하 가격에 산다는 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PER 10배 이하가 적정 가격이라고 본다. 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PER가 13~14배까지 오르기도 한다. 이 가격엔 사지 않는다. 물론 이 기준이 들어맞지 않을 때도 있다. 네이버같은 기업을 PER 10배 가격에 살 수는 없지 않나."

◇ "엘리엇이 가려운 곳 긁어줘‥지배구조 개선 수혜주는 오로지 삼성전자"

엘리엇은 삼성자의 아군일까 적군일까. 최 상무는 지배구조 개선 이슈에 관련해서는 아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하고,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우리나라 시장 전문가들도 다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다만 삼성전자 측에서 직접적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 그런데 그걸 엘리엇이 공식화한 거고, 삼성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결국 엘리엇이 먼저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대해 그림을 그려준 게 돼서 삼성 측에서는 가려운 곳을 긁어준 꼴이 됐다."

나스닥 상장, 사외이사 선임, 특별 배당 요구 등 나머지 요구 조건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최 상무는 "회사 분할이나 지주사 설립 이외의 요구 조건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며 "삼성전자 분할 및 지주사 설립 요구 관철을 위해 일부러 무리한 요구조건을 집어넣은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지배구조 개선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한 후 삼성물산과의 합병이 예상된다. 엘리엇의 요구조건이 알려진 이후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주들이 동반 상승한 이유다.

이와 관련 최 상무는 삼성전자 이외에 삼성물산이나 다른 그룹주의 경우 펀드에 편입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주가는 이슈를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삼성물산 주가에는 이미 지배구조 개선 이슈와 관련된 시장의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 이 상황에서 삼성물산 주가를 편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최 상무는 KB밸류포커스펀드 및 'KB밸류중소형주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등을 직접 운용하는 책임운용역이면서 동시에 KB자산운용의 주식형펀드를 총괄하는 주식운용본부장이다. 그가 운용하는 펀드의 삼성전자 편입 비율은 제로(0)이거나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그밖의 액티브펀드는 시장 평균 수준 혹은 그 이상의 편입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KB밸류포커스펀드는 가치주펀드다. 나머지 액티브주식형펀드는 가치주펀드와 투자전략이 다르다. 액티브펀드는 모델 포트폴리오(MP)의 60% 정도를 복제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개별 매니저의 재량권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MP 자체가 주식운용본부장을 비롯해 매니저, 애널리스트 등이 회의를 거쳐 작성하는 것이다. 액티브 개별 펀드에서 삼성전자를 많이 담고 적게 담는 것은 내가 보는 삼성전자 뷰와는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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