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보다 비싼' 아시아나 신주인수권, 거래 배경은 19~24일 538만주 거래, 전체 16% …금호홀딩스로 이동 가능성 주목
김장환 기자공개 2016-10-27 08:16:59
이 기사는 2016년 10월 26일 1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1662억 원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구주주에게 할당된 신주인수권이 상장 기일에 대규모 매도·매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보다 높은 청약 가격으로 거래가 사실상 실현되지 않을 것이란 업계의 예상을 깬 결과여서 배경이 주목된다.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신주인수권 상장 일에 증권사 창구를 통해 거래된 신주인수권은 총 537만 5464주로 집계됐다. 이번 유증 발행 신주가 총 3324만 주였다는 점을 보면 이 중 16.2%에 달하는 몫이 거래 물량으로 쏟아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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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는 실패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었다. 주가보다 유증 청약가가 높아 특수관계자 외에는 참여를 결정할 주주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주인수권 거래량 자체도 이처럼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되지 않았다. 매도를 희망하는 측은 많을 지 몰라도, 이를 받아갈 매수자는 거의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유증 발행가는 5000원, 이날 종가는 4590원이다.
신주를 배정받은 2대주주 금호석유화학과 뒤를 잇는 KDB산업은행도 이 탓에 유증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일찌감치 확정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금호그룹 측 회사에 자금을 지원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고, 또 단순 투자자로서 자리를 잡고 있는 KDB산업은행도 추가 자금을 집어넣을 이유가 없었다. 금호석유화학과 KDB산업은행이 이번 유증에서 배정받은 신주는 각각 419만 51주, 207만 8550주였다.
심지어 우선배정권을 받은 임직원마저 단 한 명도 청약에 참여하지 않았을 정도다. 지난 4일 실시한 664만 8000주에 달하는 우리사주 청약 결과는 '0%'로 끝을 맺었다. 직원들이 유증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역시 주가 보다 높은 발행가에 있었다. 이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됐던 신주는 모두 구주주 몫으로 분배가 이뤄졌다.
구주주 중에서 유일하게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은 최대주주 금호산업뿐이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유증에 500억 원을 투입하고 주식 1000만 주를 받아갈 계획이라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초과청약을 통해 주식을 더 받아갈 가능성도 아직 열려 있다. 이번 유증은 실권주 발생시 초과청약자에게 배정 신주 한도의 120%까지 배당하고 나머지는 미발행하는 구조로 짜였다.
이런 와중에 이처럼 신주인수권 거래가 대규모로 이뤄졌다는 점을 보면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가정들이 있다. 우선 금호산업이 신주인수권 일부를 특수관계자에게 매도했을 가능성이다. 바로 박삼구 회장 측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금호그룹이 이번 유증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배구조에 소폭이나마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예측이 있었다. 실제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아보이는 이번 유증 결정 배경을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을 늘리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박 회장 측에서 지분을 가져갔다면 주체는 금호홀딩스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으로부터 지난해 금호산업을 되찾은 박 회장은 올 들어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을 합병해 금호홀딩스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 전반을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짰다. 박 회장이 개인적으로 들고 있는 자금은 많지 않을 것이란 점, 지분을 직접 사들였을 때 손실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금호홀딩스를 앞세워 이 같은 거래를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경우의 수는 KDB산업은행 등 구주주가 신주인수권을 금호그룹이 선택한 우호세력에 매도했을 가능성이다.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배력을 보다 공고히 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지분율이 30.08%에 그쳐 언제든 '적대적 M&A' 등에 휩싸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증을 통해 최대한 지분율을 늘려도 34%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KDB산업은행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조금이나마 더 회수할 수 있는 방편이란 점에서 신주인수권을 받아갈 곳을 금호그룹이 데려왔다면 거래를 마다할 이유가 많지 않다. 물론 이 경우 금호그룹이 지분을 받아간 쪽에 '특별한' 약속을 했을 수 있다.
신주인수권을 과연 어떤 곳에서 받아갔는지 여부는 내달 중순경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1월 2일~3일 구주주 청약 및 초과청약을 거쳐 이후 같은 달 16일 신주 상장까지 모든 절차를 완료하기로 했다. 이번 유증이 금호산업 지배구조에 소폭이나마 변화를 주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는 관측은 이번 신주인수권 거래 흐름을 볼 때 이미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다는 평가다. 정작 구주주의 대거 불참이 확실시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계획했던 수준까지 자금 조달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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