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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임형 신탁' 두고 은행-증권간 첨예한 시각차 운용 경쟁력 강화 VS 랩어카운트 위축

서정은 기자공개 2016-11-04 10:08:52

이 기사는 2016년 11월 02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임형 신탁(discretionary trust)'을 둘러싸고 은행업계와 증권업계 간 날선 대립이 예고되고 있다. 은행들은 신탁 활성화, 비이자수익 확대 차원에서 일임형 신탁의 도입을 주장하는 반면 증권업계는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권 간 뚜렷한 입장차이로 인해 이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신탁제도 개편 태스크포스(TF)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 주도로 진행된 신탁제도 개편 TF에서 '일임형 신탁' 도입이 논의됐다. 금융연구원을 포함해 은행업계 관계자들이 일임형 신탁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임형 신탁은 수탁자가 투자 방법을 비롯해 수익자에게 소득을 지불하는 시기, 방법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수탁자의 자산운용 및 관리 권한이 넓어지기 때문에 신탁을 키울 수 있는 수단으로 논의되고 있다.

일임형 신탁을 환영하는 건 은행업계다. 우리나라는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만 투자일임업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어서 은행들은 자산운용 영역에 진입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일임형 신탁을 통해 우회적으로 자산운용 영역에 뛰어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금융당국이 개인종합자산관리(ISA)에 한 해일임형 상품 판매를 허용해줘 모든 준비를 갖췄다는 주장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일임형 ISA를 준비하면서 은행 내부에서도 운용인력을 채용하는 등 상품 운용에 대한 역량을 꾸준히 키워온 상태"라며 "일임형 신탁을 도입해 비이자수익을 늘리고, 업권 간에 운용 능력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TF 관계자도 "그동안 신탁은 운용지시를 받는 수동적인 상품이었는데, 신탁에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자는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일상화된 상품이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참고해 도입하면 긍정적인 측면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증권사들은 일임형 신탁이 랩어카운트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이 신탁을 통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투자일임업에 진출하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신탁의 경우 위탁자와 수탁자 간 개별계약으로 취급받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가 느슨해질 개연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SA에 한해서만 일임형 상품판매를 허용했는데 이젠 은행들이 일임형 랩 영역까지 욕심내고 있다"며 "문제는 은행에서 불완전판매가 생겼을 경우 일임형 상품 전체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에게 일임형 신탁을 허용하는 대신 법인지급결제를 허용받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일임형 신탁을 반대하고 있지만 (은행들의 힘에 밀려) 결국은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차라리 일임형 신탁을 내주고 법인지급결제를 허용받는 등 일종의 '딜'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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