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기민감주의 '덫'에 걸린 가치주펀드 성장주 흐름 꺽였지만 수익률 완패..시장 주도한 경기민감주 안 담아
박상희 기자공개 2016-11-11 08:53:52
이 기사는 2016년 11월 04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치주펀드 수익률이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해까지 증시를 이끌었던 바이오·중국소비재·모바일 등 성장주 업종이 힘을 잃으면서 시장 흐름이 가치주로 쏠렸지만 가치주펀드 태반은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10% 아래로 추락한 펀드도 여럿이다.전문가들은 철강·조선·화학·IT 등 경기민감주로 시장 흐름이 바뀐 것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수익률 부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가치주 중에서도 경기민감주는 외면하고 제약, 유통, 음식료 등 경기방어주에 베팅한 것이 수익률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3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운용규모가 100억 원이 넘는 가치주펀드 48개 가운데 최근 1년 수익률이 플러스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펀드는 단 4개에 불과하다. -10%를 하회하는 펀드도 10여 개 가까이 된다.
연초 이후 성과도 비슷한 모습이다.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펀드가 대다수고, 특히 운용규모가 수 천억 원을 웃도는 대형펀드 성과가 극히 저조하다. 운용규모 1조3000억 원으로 가치주펀드가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의 연초 이후 성과는 -7.86%다. 역시 운용규모가 1조1400억 원으로 조 단위 대형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주식)'도 같은 기간 -7.87%로 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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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성적표는 바이오, 유커 관련주(중국 소비재), 모바일 등 지난해 국내 증시를 이끈 3대 성장주 업종의 흐름이 올들어 꺽이고 상대적으로 가치주가 반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이와 관련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했다면 올해는 가치주가 그 흐름을 이어받았다"면서도 "대부분 대형 가치주펀드들이 경기민감주보다는 비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가져갔던 게 수익률 부진의 원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주식시장은 지난 2월을 기점으로 철강, 조선, 정유화학, IT 등 경기민감주가 주도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대형 가치주펀드는 제약, 유통, 음식료 등 경기방어주로 몰렸다는 설명이다.
KB밸류포커스의 경우 상위 종목에 SK텔레콤, 휠라코리아, 동원산업, CJ, 한국전력, 골프존 등 음식료를 비롯한 소비재, 통신·가스 등 유틸리티 업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역시 메리츠화재, 코리안리, 메리츠금융지주 등 금융주를 비롯해 LF, 엔에스쇼핑 등 유통주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올해 주식시장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종목인 삼성전자를 한동안 들고 있지 않았거나 보유 비중을 줄인 점도 공통점이다.
반면 삼성전자 비중이 20%가 넘는 'KB그로스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1(주식)'은 대표펀드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이 4%를 웃도는 등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포스코 투자 비중이 높은 '키움코리아에이스증권자투자신탁1[주식]' 등도 최근 1년 수익률이 6.64%로 양호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치주펀드가 바이오나 유커주 등 성장주를 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치주 가운데서도 주가가 많이 오른 경기민감주를 외면하고 비경기민감주를 주로 담으면서 '덫'에 갇힌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승승장구하던 성장주 흐름이 꺾였는데도 가치주펀드 수익률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몸집이 큰 펀드의 경우 시장 대응이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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