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평금리 지나친 의존, 양극화 등 부작용 초래 [채권시가평가 점검]④등급 의존→투자자 비우량채 기피현상 심화
배지원 기자공개 2016-12-14 15:22:00
[편집자주]
채권시가평가제도는 1990년대 도입된 이후 회사채 유통시장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회사채 수요예측 도입 후 민평 금리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를 쌓기는커녕 평가 적정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채권시가평가에 대한 문제점과 원인, 해법을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16년 12월 12일 18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시장 업계가 채권시가평가를 활용하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인위적인 가격체계가 시장을 완벽히 반영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권시가평가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태에 빠진 이유다.업계에서는 자본시장이 과거보다 성숙한 만큼 일률적인 가격을 가정하고 의존하기보다, 금융기관마다 각자의 시각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가평가제도는 1990년대 말, IMF 구제금융의 조건 중 하나로 신용평가와 함께 도입됐다. 채권 유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격을 제안하는 게 제도의 취지였다. 실제 채권시가평가제도는 국내 채권 유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등급 향방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의존해 시장 양극화를 심화하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등급 변경에 따라 민평이 심하게 변동하는 구조이다보니, 민평금리로 손실을 계산하는 채권 투자자들이 등급에 의존하는 정도가 점점 더해진다"며 "신용등급이 변경될 때 손실이 크게 인식되게 되면서 등급이 떨어질지, 아닐지에만 주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신용등급이 변경된 ㈜LS의 경우 등급이 AA-에서 A+로 하향되자 스프레드가 무려 40bp가까이 확대됐다. 등급이 하향 조정되기 전 신용평가사는 미리 시장에 사인을 줬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는 비상식적 현상도 나타났다.
그는 "AA급에 비해 A급 회사채에 대한 평가가 특히 가혹하다"며 "A급 회사채는 스프레드가 한번 벌어지면 금리가 회복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등급에 따라 즉각적으로 금리가 오른다거나, A급 이하 회사채의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점은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 욕구를 필요 이상으로 저하시킨다는 설명이다.
비우량 발행사가 민평금리 상승 부담감 때문에 발행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금융당국이 의도적으로 민평금리 활용도를 높이면서, 발행사는 수요예측 시 민평 금리를 기준으로 희망 금리밴드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서 발행할 의사가 있는 발행사더라도, 민평보다 오버로 발행을 마치게 되면 발행일 기준으로 민평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이 경우 기존 채권투자자들은 손실을 인식하게 되고, 해당 발행사의 채권 투자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민평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인식은 불가피한 부분이기도 하다"면서도 "하지만 문제는 이 발행사가 짧은 시일 내로 발행를 시도할 때 시장에서는 또 다시 밴드를 높게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즉 수요예측에 민평 금리 기준으로 +, -bp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미 민평금리가 상향됐음에도, 밴드 상단을 0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몇몇 금융사가 민평금리 상승을 우려해 발행 계획을 접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채권시가평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각 기관이 차별화된 리스크 관리와 기관 내 등급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현재 시가평가제도는 활용도가 지나치게 높은데, 금리를 산출하는 캡파(capacity)가 부족해 금리 왜곡 문제와 불편함을 초래한다"며 "시가평가제도가 완벽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각 기관이 투자를 위한 리스크 관리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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