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2월 16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중부의 불만 가득한 백인 남성층의 아낌없는 지지로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취임할 트럼프 당선자. 그는 호화 제트기를 타고 뉴욕의 펜트하우스에 산다. 트럼프는 과연 몰락한 백인 중산층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 것인가.세계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미국은 철강과 자동차, 탄광 등 주력 산업의 주도권을 타국에 내줬다. 이 산업에 종사하는 미국 백인들이 살던 동네가 중부의 소위 '러스트 벨트(Rust Belt)'다. 괜찮은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보장된 연금을 기다리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은 더 이상 백인 중산층의 현실이 아니다.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언젠가부터 미국 주식시장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왜일까.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종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10월 말 MSCI 미국 지수를 기준으로 IT와 헬스케어는 각각 22%, 14%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IT와 헬스케어 산업에서 미국은 전세계를 선도한다. 두 산업의 특징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 지적재산권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한국을 보자. 철강산업 대표주자인 포스코(POSCO)의 PBR(주가/주당순자산 비율)이 0.5배, 한미약품은 5.6배다. 철강업과 헬스케어 산업의 격차는 주주의 기대수익 차이를 10배로 벌려놓았다. 과도한 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시장은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70년대 주력 산업이 물러난 자리를 헬스케어·IT와 같은 신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더 비싸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이 '러스트 벨트'의 주민이라는 데 있다. 현재 미국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IT와 헬스케어 산업이 발달한 서부나 동부가 아니라, 시대의 큰 흐름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는 업종의 종사자들이 주를 이룬다는 의미다.
탄광을 비롯한 화석·에너지, 철강과 자동차 산업 등에 관세 혜택을 주는 것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낮춰 세계적 공급과잉과 경쟁력 상실로 고전하는 산업을 지원할 것인가. 부동산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대통령이 대규모 공사를 통해 경기를 살리고자 하는 것은 너무나 뻔한 정책 처방이다.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가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가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오롯이 나라와 국민 몫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지속가능한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에너지 정책을 시행해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국가로 올려 놓았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애플 등은 전성기를 구가하며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과도한 차입 투자나 파생상품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도드-프랭크 법안을 만들어 금융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견제했다. 동시에 리쇼어링 (Re-shoring) 정책을 통해 다국적 기업의 해외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유치해 산업간 균형을 추구했다.
미국의 백인 중산층이 과거보다 살기 힘들어진 것은 기술의 발전방향과 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혁신을 통한 가치창출과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의 투자다.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이 실현된다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쟁력은 후퇴할 것이다.
의회와 전문가 등 미국의 집단지성은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지혜롭게 견제할 수 있을까.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로서 큰 관심사항이 아닐 수 없다. 한 나라의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라 더 그렇다.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상무
미래에셋·서울증권 자산운용본부 자산운용역
미래에셋증권 국내 및 AI, 해외펀드 마케팅팀장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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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생명보험 고객자산운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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