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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세컨더리 펀드, 회수시장 변화도 이끌까 [Market Outlook]2016년 세컨더리펀드 5000억 규모 결성…2년새 3~4배 고속성장

정강훈 기자공개 2017-01-03 08:06:52

[편집자주]

이 기사는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만든 자본시장 전문매거진 thebell Insight(제21호) 2017 Korea Capital Markets Outlook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2016년 12월 29일 10: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수시장 활성화를 꾀하는 정책기관과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하는 운용사·LP의 이해관계가 세컨더리 펀드에서 만났다. 2016년 한 해 동안 개수로는 17개, 액수로는 4956억 원의 세컨더리 펀드가 결성됐다. 현재 운용되는 규모만 1조 1481억 원. 구주 투자가 벤처투자의 한 영역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세컨더리 펀드가 펀드레이징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세컨더리 펀드는 당초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도입됐다. 최근에는 정책기관과 상관없이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결성되고 있다. 세컨더리 펀드의 성공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러 운용사들이 세컨더리 펀드의 높은 수익률에 주목하면서 세컨더리 펀드 숫자는 대폭 늘어났다. 최근 1년간 결성된 벤처펀드 5개 중 1개가 세컨더리 전문 펀드로 나타났다.

한때는 벤처캐피탈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인식됐던 구주 투자가 이제는 벤처투자의 한 영역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세컨더리 펀드의 결성총액을 합산하면 1조 1481억 원에 달한다. 구주 유통시장도 1조 원이 넘는 거대 시장이 된 셈이다.

세컨더리 펀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투자회수 시장에도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공개(IPO)에만 치중된 투자회수 구조가 개선될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세컨더리 펀드의 호황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펀드 숫자가 지나치게 늘어나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지적이다.

◇ 정책기관·운용사· LP 모두 '세컨더리 펀드' 선호

2016년 펀드 결성 현황을 보면 세컨더리 펀드의 약진은 단연 돋보였다. 2016년 한 해에만 17개 펀드, 결성총액으로는 4956억 원의 세컨더리 펀드가 결성됐다. 2016년 결성된 전체 벤처조합 중 세컨더리 펀드의 비중은 펀드 개수로는 약 5분의 1, 결성총액으로는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렇게 세컨더리 펀드가 늘어난 이유는 정책기관과 위탁운용사(GP), 유한책임출자자(LP)들의 이해 관계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 등 주요 정책기관들은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세컨더리 펀드를 도입했다. 벤처펀드의 운용기간은 7~8년에 불과한데 벤처기업의 상장은 보통 10년 이상 걸리는 데서 생기는 문제를 해소하자는 취지였다. IPO 외에 별다른 투자회수 방법이 없는 벤처캐피탈 시장에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최초의 세컨더리 펀드가 출현한 시기는 2002년이다. 당시 네오플럭스가 500억 원 규모로 '프리코스닥유동화조합'을 출범했다. 2000년대에는 세컨더리 펀드가 시장에 빠르게 확산되지 않다가 2011~2012년이 되서야 시장에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0년 총 5개가 운용되던 세컨더리 펀드는 2012년 16개까지 늘어났다.

운용사와 LP 입장에서 세컨더리 펀드는 일반 벤처 펀드와 비교했을 때 확실한 장점이 있다. 투자 대상이 창업초기를 지나 어느정도 업력이 갖춰진 업체들이라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안정적이다. 투자에서 회수까지 걸리는 기간도 짧다. 세컨더리 펀드의 운용기간은 일반 벤처 펀드보다 2~3년 짧은 5~6년으로 구성된다.

한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현재 청산을 앞둔 세컨더리 펀드들은 대부분 내부수익률(IRR)이 기준수익률을 훌쩍 넘는 상황"이라며 "특정 산업군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 업체를 발굴할 수 있다는 점도 세컨더리 펀드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5년 청산한 키움인베스트먼트의 'KoFC-키움파이오니아챔프2010-12호투자조합(200억 원)'은 17.4%의 높은 IRR을 달성했다. IMM인베스트먼트의 'KoFC-IMM파이오니아챔프2010-17호투자조합(230억 원)'도 12.6%을 기록했다. 현재 청산 진행 중인 지앤텍벤처투자와 IBK캐피탈(co-GP)의 'IBKC-지앤텍세컨더리투자조합(300억 원)',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메디치 2014-1 세컨더리 투자조합(270억 원)' 등도 20% 안팎의 높은 수익률이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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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컨더리 펀드 호황, 일시적 현상?

세컨더리 펀드가 앞으로도 계속 승승장구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세컨더리 펀드의 우수한 운용 실적에는 시기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IPO 시장이 최근 몇년간 호황이었기 때문에 세컨더리 펀드의 수익률이 높았다는 주장이다.

세컨더리 펀드는 2~3년 내에 IPO가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투자 기업의 IPO 성적이 펀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에선 일반 벤처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투자단가다.

일반 벤처펀드의 경우 창업 초기에 낮은 투자단가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IPO만 성사된다면 대부분 높은 수익률(ROI)를 기록한다. 반면 세컨더리 펀드는 대개 프리IPO 단계에서 높은 투자단가에서 투자가 이뤄진다. IPO 시장이 좋지 않다면 투자 기업이 상장하고도 별반 재미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IPO 시장의 온도는 매우 쌀쌀하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코스닥의 문턱을 낮추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기술상장 특례 등을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코스닥 시장 자체가 침체됐다는 점이다.

2016년 코스닥에 입성한 71개 기업 중 상장 직후 공모가를 웃돈 기업은 17개에 불과했다. 이렇다보니 벤처캐피탈 업계에는 투자 기업이 상장했는데도 투자 회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만약 IPO 시장이 다시 반등하지 않는다면 세컨더리 펀드의 수익률이 예전같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구주 가격에 거품이 낄 것이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유망 기업의 구주 매물은 한정적인데 세컨더리 펀드 숫자만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세컨더리 펀드 간에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레 구주 유통시장에 거품이 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유망 기업의 구주가 처분된다고 하면 여러 세컨더리 펀드 운용사들이 몰려드는 상황"이라며 "독자적으로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기존 일반 벤처펀드의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세컨더리 펀드간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 회수 시장, 양적 성장보다 다변화가 필요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6년 1~3분기의 국내 벤처캐피탈의 회수유형 별 비중(금액 기준)은 IPO 31.6%, M&A 2.3%, 프로젝트 18.2%, 기타 2.8%로 나타났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외매각 및 상환은 45.1%로 집계됐으며 금액으로는 3297억 원에 달한다.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4396억 원이 구주 유통시장의 규모로 추산된다.

벤처투자 시장에서 적정 세컨더리 펀드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합의된 기준이 없다. 다만 세컨더리 펀드가 이미 시장에서 활발하게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추가 공급할 필요는 없다는 데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최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개정으로 세컨더리 펀드는 모태펀드의 출자 없이도 한국벤처투자조합(KVF)으로 결성할 수 있게 됐다. 법이 개정되자마자 민간 LP들로만 구성된 세컨더리 펀드가 속속 결성되고 있다.

구주 유통 시장이 충분히 커진 만큼 정책 기관이 회수시장의 양적 성장보다 다변화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LP 지분 세컨더리 조합이 대표적이다. LP 지분 세컨더리 조합은 개별 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조각내 인수하는 펀드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형태지만 전 세계적으론 전체 세컨더리 펀드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LP 지분 세컨더리 펀드가 활성화되면 회수 시장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현재 일반 벤처펀드들은 청산 만기가 다가오면 보유 지분을 속속 정리한다. 시간이 더 주어지면 IPO가 가능한 기업이더라도 지분을 세컨더리 펀드에 매각해서 펀드를 청산하는 경우가 많다. LP들이 펀드 청산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LP 지분 세컨더리 조합이 활성화된다면 청산이 늦춰지더라도 LP들은 지분 매각으로 출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코넥스 시장의 활성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컨더리 펀드는 프리 IPO 투자 위주라는 점에서 IPO에 편중된 회수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는 못했다"라며 "코넥스가 회수 시장으로서 제 역할을 해서 초기 기업들도 투자 회수가 가능한 방향으로 회수시장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벤처캐피탈 업계는 세컨더리 펀드가 회수시장의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지금의 벤처투자 생태계는 세컨더리 펀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반등과 구주 가격의 조정 등의 회수시장 변화가 없다면 세컨더리 펀드의 확산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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